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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많고 탈많은 담배 ①] 멘솔 등 향기나는 담배, 흡연 부추긴다
- 멘솔 등 가향담배로 첫 흡연 시도 시
- 흡연자로 남을 확률 일반담배 1.4배
- 질본, 흡연자 9000여명 온라인 조사
- 여성ㆍ10~20대, 가향담배 많이 피워
-“건강에 해롭다” 응답, 일반담배보다↓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박하 향이 나는 멘솔담배 같은 가향(加香) 담배로 흡연을 시작하면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일반 담배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세 미만 젊은 흡연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흡연 유인 효과가 큰 가향 담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흡연자는 가향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별로 여성이, 연령별로 10~20대에서 가향 담배의 사용률이 높았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내년 중 가향 담배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흡연자의 가향ㆍ일반 담배 사용 현황(성별ㆍ연령별, 단위:%). [자료=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가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의뢰, 최근 완료한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13∼39세 흡연자 9063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5%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향 담배는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연초 외에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을 첨가해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거나 담배의 자극이 덜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특징이 있다. 멘솔담배, 초콜릿담배 등이 대표적 예다.

가향 담배는 특히 여성과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대에서 사용률이 높았다. 여성 사용률은 73.1%로 남성 58.3%보다 높았고, 연령별로는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청소년기 강한 이미지 형성을 위해 일반 담배를 선택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맛이 좋은 가향 담배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두 모금 피움)한 경우 지금 현재도 흡연자일 확률이 일반 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1.4배 높았다. 흡연 경험자 중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뒤 가향 담배를 계속 사용한 확률은 일반 담배로 시작하여 가향 담배를 사용한 확률에 비해 10.4배 높았다.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현재에도 가향 담배를 피는 경우는 69.2%에 달하지만, 일반 담배로 시작해 계속 일반 담배를 피는 비율은 41.0%에 그쳤다. 일반 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후 현재 가향 담배로 전환한 비율은 32.8%로, 가향 담배로 시도해 일반 담배로 전환한 비율(9.9%)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가향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흡연 경험자의 70% 이상은 ‘담배의 향이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가향 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 ▷신체적 불편함(기침,목 이물감)을 없애서 ▷냄새를 없애 줘서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담배 연기의 거칠고 불편한 특성은 초기 흡연 시도 단계에서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가향 담배는 이러한 자극적 특성을 숨김으로써 일반 담배보다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유지하도록 유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향 담배의 특성 탓에 가향 담배 이용자는 흡연의 폐해와 건강 경고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문항에 ‘분명히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일반 담배 흡연자, 비흡연자 그룹에서는 각각 54.2%, 73.4%였지만, 가향 담배 흡연자는 49.9%에 그쳤다.

청소년(13∼18세) 가향 담배 흡연자의 경우 ‘가향담배 흡연자는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는 문항에 1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비흡연자(2.7%)나 일반 담배 흡연자(5.5%)보다 약 2~5배나 높은 비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향 담배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실제로 호주, 미국, 캐나다, 유럽, 브라질, 터키 등에서 과일 향이나 바닐라, 초콜릿 등 특정 향이 포함된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가향 담배의 높은 흡연 유인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확인됐다”며 “복지부는 가향 물질 규제 범위 등 규제 방안을 마련해 내년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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