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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SK이노 임금협상결과, 노사관계 진화의 모델돼야
SK이노베이션의 임금협상 결과는 노동귀족들의 이기적 파업이 고질화된 한국 대기업 노사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사측의 자평이 아니더라도 그건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노사관계로의 진화’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만큼 많은 실험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새로운 출발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이번 합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한국은행 발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된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자동적으로 1%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금협상은 악명높았다. 지난해에도 정부 중재까지 가는 갈등 끝에 마무리됐다. 올해도 4월에 시작한 게 8월말에 끝났다. 앞으로는 해마다 관행처럼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씩 걸리던 임금협상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게 분명하다.

노사는 아울러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같은 금액을 회사가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석유화학 업종의 고임금은 이미 잘 알려졌있다.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기업은 늘 정유회사이고 SK이노베이션도 그 중 하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직원들 스스로 인정하고 실행한 모범사례다.

임금 체계 개선안에 대한 노사합의도 의미가 크다. 일정 비율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던 기존 임금 체계를 바꿔 결혼, 출산, 교육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 30~40대에는 인상률을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줄이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한 때 하후상박의 임금인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정률 아닌 정액 인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야말로 조삼모사가 아닐 수 없다. 대입 학자금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노조도 있었다. 만혼에 조기퇴직이 만연하는 상황에서 50대 이후 잘 나가는 임원들만 혜택을 받는 부익부빈익민의 복지라는 것이다. 그런 비용을 다른 복지에 투자해 달라는 요구다. 이같은 불합리 비효율을 상당부분 해소 시킬 수 있는 게 생애 주기별 자금 수요와 근로자의 역량ㆍ생산성 향상도에 맞게끔 조절하는 임금체계다.

놀라운 것은 조합원 투표 결과다. 지난 8일 조합원 투표에 부쳐진 ‘잠정 합의안’의 찬성률이 73.6%에 달했다. 조합원 4명중 3명이 동의했다는 것인데 노조 집행부도 놀란만한 결과였다. 직원들 대부분이 갈등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날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사례가 ‘SK식 임금체계’를 넘어 제조 대기업의 모델로 자리잡길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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