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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안먹어”…살충제계란ㆍ햄버거병이 바꾼 풍경
-“모르면 몰라도 알고서는 못먹겠다”…먹거리 불신
-“예민하지 않은데 나라가 그리 만들어”…뿔난 소비자
-정부 축산물 검사항목 추가, 맥도날드 안전강화 대책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1. “모르면 상관없는데 알고나니까 못먹겠어요. 계란도, 햄버거도 그동안 먹어왔던 건데, 도저히 안땡기네요.”

직장인 김경희(32) 씨는 자칭 ‘푸드포비아’(Food Phobiaㆍ먹거리공포증)에 걸렸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김 씨는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과 살충제 계란 파동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살충제 계란을 얼마나 먹었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축적한 몸속의 화학물질들이 나중에 병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도 있고요.” 김씨는 고개를 저었다.

#2. “제가 민감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일련의 사건들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네요. 헬매(헬스 마니아)로서 계란을 하루 10개까지도 먹었는데 이제 닭가슴살 먹어서 날개가 돋을 지경이에요.”

직장인 서동철(35) 씨도 먹거리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특히나 값싸고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 국민반찬의 ‘배신’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식당에서 먹는 밥이나 빵에 계란이 들어가는 것까지 가려내지는 않아도 굳이 따로 사먹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이제 친환경 인증도 못믿겠다는 서씨는 “직접 닭이라도 길러야하는것 아니느냐”는 농을 쳤다.

[사진=서울 시내 한 계란빵 노점상. 한산한 모습이다]

#3. 서울 중구 시내 한 계란빵 노점. 계란빵을 굽는 기계 위에는 계란빵 10개가 진열돼 있었다. 기자가 지난 한달 여 간 이곳을 10회이상 지나쳤지만 계란빵을 사기위해 줄을 서는 손님은 볼 수 없었다. 직접 계란빵을 사 봤다. “계란빵 하나 주세요”라고 말할 때 급화색이 돌던 주인은 “혹시 계란 괜찮나요?”라고 묻자 “네 우리꺼 남바(숫자) 보세요”라며 수북이 쌓인 계란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계란 때문에 별말 안하나요?”아고 묻자, “네. 그런데요?”라는 라며 정색했다. 계란빵값 2000원을 건네자 주인은 다소 풀어진 표정으로 돌아섰다. 한입 베어물었다. 폭신함과는 거리가 먼 식감이었다. 온기마저 간신히 살아있었다. 
 
[사진=명동 맥도날드 매장. 오후 1시경 점심시간에도 줄 없이 주문할 수 있었다]

#4. 서울 명동. 을지로 입구에 자리잡은 맥도날드 매장. 언제나 만석으로 붐비던 매장이 오후 1시 점심시간에도 한산하다. 다좌석 대형테이블에 곳곳에 빈 자리가 보였다. 이마저도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무인판매기인 키오스크에도 3명 이상의 대기줄은 없었다. 서울 상암동 DDMC 매장으로 옮겼다. 저녁 6시경에도 좌석은 절반도 채 차지 않았다. ‘미래형매장’을 지향하며 유난히 공을 들여놓은 공간이 유난히 무색해보인다.

계란도 햄버거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초부터 7월말 ‘슈퍼배드3’ 개봉과 함께 미니언즈 캐릭터를 내세운 프로모션을 야심차게 기획했었다. 그러나 같은달 5일 A(당시 4세)양 측이 작년 9월 해피밀 불고기버거 세트를 먹고 HUS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됐다며 검찰에 맥도날드를 고소하면서 모든 프로모션이 ‘스톱’ 상태가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 와중에 제품 홍보를 할 수가 있겠느냐”며 “사실상 맥도날드 때문에 다른 햄버거업계도 타격을 입은 입었다”고 말했다.

햄버거병 논란으로 미니언즈 프로모션 매출은 기대치의 절반이 채 되지 못할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가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호주산 청정소고기 패티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맥도날드에서는 ‘뉴콘슈버거’와 ‘콘치즈에그머핀’으로 옥수수와 새우, 치즈 등을 주재료로 쓴 버거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7일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최근 몇달 동안 매장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식품안전 강화를 위한 6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논란 이후 두 달 이나 지나 나온 대표이사의 입장발표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살충제 쇼크에 계란값도 폭락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특란 중품 30개들이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6145원이다. 이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7595원에 비하면 19.1%(1450원) 떨어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살충제 계란을 막겠다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 등 축산물에서 살충제 검사 항목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 검사 대상인 농약 27종 가운데 피프로닐과 이미다클로프리드에 대해서는 가축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대사산물)까지 검사하기로 했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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