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벽을 뚫는 남자’후 두번째 가발쓴 유연석‘특유의 로큰롤’제스처로 무대를 헤집다
11월5일까지 뮤지컬 ‘헤드윅’공연원적

지난 2005년 초연 이후 10년 넘게 매해 공연되며 가장 많은 마니아 관객을 거느린 뮤지컬 ‘헤드윅’에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그럼에도 한참을 이야기하고 싶게, 그러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게 ‘헤드윅’의 힘인 것 같다. 이번 시즌 어김없이 돌아온 ‘헤드윅’에 대해서도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새로운 ‘언니’로 합류한 배우 유연석에 대해서는 더더욱.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칠봉이,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샘으로 유연석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가발을 쓴 채 여장을 하고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이 매우 낯설 수 있다. 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는 꽃미남, 몇 작품을 통해 ‘스타 배우’로 발돋움한 그는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더 멋진 역할을 맡아 편안한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 그런데 유연석이 선택한 작품은 무대에서 날고 기는 베테랑 배우들도 어려워서 혀를 내두른다는 ‘헤드윅’,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한 셈이다.

뮤지컬 ‘헤드윅’ 공연의 한 장면.

그동안 조승우, 조정석, 윤도현, 이석준, 송용진, 김다현, 최재웅, 송창의 등 국내 뮤지컬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에게만 허락된 ‘헤드윅’이다. 유연석의 이번 행보는 어떻게 보면 ‘위험한 선택’, 아무리 잘해도 본전인 ‘독이 든 성배’였을 터다.

지난 2015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로 이미 뮤지컬 배우로서 신고식을 마친 유연석이지만, ‘헤드윅’ 캐스팅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랐을 때 반신반의 중 ‘의심’ 쪽에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헤드윅 옷을 입은 유연석은 ‘어느 누구도 아닌 오직 유연석만의 헤드윅’을 만들어냈고, 무대는 물론 객석 곳곳을 뛰어다니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거의 혼자서 2시간 넘는 공연을 이끌어 가야 하는 만큼, 엄청난 양의 대사와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데 유연석은 그동안의 치열한 연습 과정을 무대 위에서 증명해냈다.

2017년 공연의 시의성에 맞게 ‘트럼프’ ‘해시태그’ 같은 최신 이슈는 물론, 관객들의 애정 섞인 야유가 쏟아지게 하는 각종 ‘19금 애드리브’, 사랑스럽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담긴 특유의 ‘로큰롤 제스처’까지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대사를 꽉꽉 채워 넣었다.

중간 중간 예상치 않게 던져지는 관객들의 호응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곧바로 받아치는 센스도 남달랐다. 하얀 가발을 쓰고 밍크코트를 입은 그에게 “겨울왕국 엘사 같다”고 소리친 관객을 향해 즉석에서 ‘렛잇고’를 불러주는가 하면, 2층에도 올라와 달라는 한 관객의 요청에는 ‘니가 내려와 이 X아’라는 찰진 욕으로 맞받아치는 등 거침없는 리액션도 보여줬다.

유연석이 여장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는 두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랄까.

앞서 조승우, 조정석의 헤드윅이 보여주던 ‘노련함’은 없지만, 유연석의 헤드윅은 풋풋하고 서툴러서 더 짠하고 뭉클한 마음을 자아냈다. 오는 11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 관람료 5만 5천~9만 9천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