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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메이션과 오페라가 만나…초가을밤‘몽환의 세계’를 수놓다
KOB의 ‘마술피리’ 국내 첫 공연
재미 아닌 연기에만 집중된 오페라
18개국에서 공연…36만명이 관람
독일어로 공연된 가장 유명한 작품
한장 한장 스케치 아날로그적 방식

어미가 노래한다. “자라스트로가 네 손에 의해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 한, 너는 이미 내 딸이 아니다!” 격렬한 복수의 노래는 콜로라투라의 초절정 기교를 바탕으로 한다. 소프라노의 몸통이 고음을 연주하는 ‘악기’처럼 보이는 이 아리아가 절정을 향해 갈 때 관객은 넋을 잃고 빠져든다. 그런데 코미셰 오페라 베를린(Komische Oper BerlinㆍKOB)의 ‘마술피리’엔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칼로 찔러 죽이라는 밤의 여왕의 분노가 영상으로도 펼쳐지는 것. 거미줄에 갇힌 파미나는 밤의 여왕의 칼날을 피하기 분주하다.

애니메이션과 오페라가 만났다. 아시아문화전당은 9월 22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ACC 동시대 공연예술 페스티벌’에서 독일 KOB의 ‘마술피리’를 선보인다. 영상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퍼포먼스의 이색적 조합으로 제작한 하이브리드 공연이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은 고전 오페라에 동시대적 요소를 가미해 특유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자랑하는 독일 ‘코미셰 오페라 베를린’ 극장과 2007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 작품으로 5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1927’그룹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모차르트 대표적 오페라이자 독일어 오페라인 ‘마술피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밤의 여왕이 지배하는 마법세계, 독일 전통적 민화가 그리는 몽환적 세계가 잘 드러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독일 ‘코미셰 오퍼 베를린’과 영국 ‘1927’그룹의 하이브리드 오페라 ‘마술피리’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IkoFreese_drama-berlin.de [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호주출신 연출가인 배리 코스키가 KOB 극장장으로 부임하면서 제작한 이 오페라는 2012년 베를린 초연이후 3주만에 미국 LA와 미네소타 오페라 극장에서 라이센스 공연 요청을 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해 오페라 월드 어워즈에선 최고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까지 18개국 36만명의 관객에게 선보였으며,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립 브뢰킹 KOB 감독은 “초연 당시 2차원적 이미지로 무대를 연출하는게 ‘오페라의 미래’일지 모른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이탈리아어 일색의 오페라 가운데 독일어로 공연되는 가장 유명한 오페라다. 당시 귀족 문화였던 오페라의 관객확대에 기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영상 애니메이션의 활용은 모차르트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즉, 대중성과 작품성 확보를 꾀한 것이다. 

모차르트 대표적 오페라이자 독일어 오페라인 ‘마술피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밤의 여왕이 지배하는 마법세계, 독일 전통적 민화가 그리는 몽환적 세계가 잘 드러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독일 ‘코미셰 오퍼 베를린’과 영국 ‘1927’그룹의 하이브리드 오페라 ‘마술피리’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IkoFreese_drama-berlin.de [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KOB ‘마술피리’의 핵심인 애니메이션은 1927그룹의 폴 베릿이 그렸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스케치를 이어 붙인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제작해 완성까지 2년이 소요됐다. 마술피리의 배경이 ‘마법 세상’인 만큼 기괴하고,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독일의 전통 민화 요소도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1920년대 미국 헐리우드 무성영화의 대표적 캐릭터들로 분장했다.

무대에 대한 혁신적 해석과 달리 곡과 연출은 고전적이다. 필립 브뢰킹 감독은 “베리 코스키 극장장은 마술피리 작품의 근본에 다가가자고 했다. 결국 사랑에 관한 동화라는 것이다. 무심하고 간결하게 연출하기보다 사랑을 깨달아가는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오페라적 유머와 지적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대표적 오페라이자 독일어 오페라인 ‘마술피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밤의 여왕이 지배하는 마법세계, 독일 전통적 민화가 그리는 몽환적 세계가 잘 드러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독일 ‘코미셰 오퍼 베를린’과 영국 ‘1927’그룹의 하이브리드 오페라 ‘마술피리’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IkoFreese_drama-berlin.de [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그는 또 “전통적인 오페라 팬들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 있는 독특한 스타일이지만 재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연기에 집중된 오페라”라며 “음악과 연기가 무대 위에서 동등하게 융합되는 오페라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봐 달라”고 덧붙였다.

김희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연사업본부장은 “오페라와 애니메이션의 마법같은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거대한 세트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기에 국제무대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프로덕션 중 하나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판소리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오페라를 2018년에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 1에서 진행된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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