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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은 자살예방의 날 ①]‘더 큰 아픔’…유가족 10명 중 4명 자살 생각한다
- 우리나라 자살률 26.5명…13년째 OECD 1위
- ‘자살 유가족’ 10명 중 3명 “실제로 자살 시도”
-  마광수 교수처럼 우울증, 자살 단초 될수있어
-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고 스스로를 칭찬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매년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자살 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03년 제정, 이듬해 제1회 기념식을 열었다. 올해가 14회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살 예방 모범국’이 아니다. 2003년 이래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인구 10만명당 26,5명(2015년 기준)으로, 회원국 평균 자살률(12.0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자살이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의 43%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가족의 ’2차 자살‘을 막는 것이 향후 보건당국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자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우울증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지난 5일 자살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도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마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이틀 앞둔 8일 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5명, 전체 자살자는 1만3513명이었다. 하루 평균 37명이 자살한 셈이다. 전년에 비하면 자살률은 2.7%, 자살자는 2.3% 줄었지만,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각각 7.5%, 12.5% 증가한 수치다.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이후 자살률이 감소 국면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인구 10만명당 12명)은 물론 2위인 일본(18.7명)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높은 자살률 문제는 최근 자살자로 인해 고통받는 ‘자살 유가족’의 문제 이어져 더 문제다. 1명이 자살하면 주변의 5∼10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해마다 8만명 이상, 지난 10년 동안 최소 70만명 이상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는 이 같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실태 조사도 처음 이뤄졌다. 조사에 응한 ‘자살 유가족’ 72명은 ▷우울ㆍ의욕 저하(75%) ▷불면(69%) ▷불안(65%) ▷분노(64%) ▷집중력ㆍ기억력 저하(60%ㆍ복수 응답 가능) 등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자살 유가족’ 중 11%는 정신 건강 문제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전체 ‘자살 유가족’ 중 31명(43%)는 ‘진지하게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 중 9명은 자살 위험이 큰 것으로 분류됐다.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 중 21명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16명은 자살을 계획한 적이 각각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20년까지 20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대책을 시행 중이다. 복지부는 우선 내년 직제에 자살예방과를 신설하고 추후 정신건강국 신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 지난달 20일 열린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자살 예방 전담 부서 설치를 약속하면서 “‘자살 유가족’의 어려움을 국가가 도와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의들은 자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우울증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소설 ‘즐거운 사라’로 한때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도 우울증을 앓다 지난 5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 환자 중 약 15%가 자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평소 부정적이거나 완고하고 융통성 없는 생각을 하지 말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자살이 개인적인 문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막을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자살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확산시키는 것이 자살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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