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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은 나에게 타자”…정정주 개인전
갤러리 조선 ‘발생하는 풍경’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호퍼는 빛의 색을 쓰지요. 해가 뜨고 지고 하는 과정에서 빛이 색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잡아냈어요.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심리적 상태까지도 색의 분위기로 담아내지요”

20세기 미술사 가장 중요한 미국화가로 꼽히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단, 인물은 지워졌다. 공간만이 남은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aks, 1942)과 ‘브루클린의 방’(Room in Brooklyn, 1932)은 ‘빛’으로 채워졌다. 두 세개의 빛 줄기가 이리 저리 움직이며 공간을 조명하는데, 고속모드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간성과 공간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정정주_. Nighthawaks 2016 24” monitor 3d애니메이션 3d animation. [사진제공=갤러리 조선]
정정주, A room with light 4, 3D animation, 2016 [사진제공=갤러리 조선]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조선은 ‘빛’에 천착한 작가 정정주(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의 개인전을 연다. ‘발생하는 풍경’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설치작품과 영상작업 등 20여점이 출품됐다.

유학시절 좁은 자취방에서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빛이 “‘물성’을 가진 존재처럼 보여 무섭게 느껴졌다”는 정정주 작가는 이후 광원과 공간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의 모양을 바닥으로 표시한 뒤, 이를 창문과 연결시키는 건축적 구조물을 만들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빛을 물리적으로 고정된 장소와 접목하는 방향의 작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빛을 매개로공간으로 틀을 잡고 시간을 더한 것이다. 이후 광원을 공간 내부에 두는 작업을 하다가 카메라를 넣는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자연광에서 인공조명으로 바꾸며 ‘빛’을 연구했다.

호퍼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빛’과 연결돼 있다. 광원이 그려내는 색감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호퍼의 색채와 겹치게 된다. 작가에게 빛은 결국 그가 도달해야 할 이데아(Idea)와도 같다. 동시에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추상적 원형이기도 하다. 

정정주_Temple,3Danimation, 77x46x8cm, 2016. [사진제공=갤러리 조선]
정정주, 응시, 두대의 프로젝터, 두대의 비디오카메라, 모터와 벨트를 이용한 직선 이동장치, ,2014. [사진제공=갤러리 조선]

“빛은 저에게는 ‘타자’입니다. 초월적 존재나 사회 체제로 은유될 수도 있지요. 무엇이 됐든 ‘나’라는 존재를 스치고 지나가는 타자적 존재말이예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정주 작가는 199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2002년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수학했다. 2003년 광주 신세계미술상, 2010년 김종영미술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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