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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사라’ 소설가 마광수 타계…“다시 태어난다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야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자신을 ‘정신적 여성 트렌스젠더’로까지 묘사했던 ‘야한 남자’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5일 세상을 떴다.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시작된 삶의 풍파와 함께 생겨난 우울증이 최근 더욱 심해지면서 그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나와 28세에 대학교수로 임용되면서 천재로 불렸다. 문단에는 시로 먼저 나왔다. 1977년‘현대문학’에‘배꼽에’‘망나니의 노래’‘장자사(莊子死)’등 여섯 편의 시가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돼 등단했다. 소설은 1989년‘문학사상’에 장편소설‘권태’를 연재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에 출간된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는 마광수 문학의 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관념에 싸인 성을 끄집어내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시집은 한국 시단의 이단격이었다. 그러나 허위의식으로 뒤덮인 성문화를 과감하게 뒤집어보려던 시집은 그 의도와 달리 선정적인 제목이 더 장안의 화제가 됐다. 그의 성 취향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세간에 회자됐다. 곧 이어 출간된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소설 ‘즐거운 사라’‘광마일기’ 등 내놓는 작품마다 그는 예술과 외설 논쟁에 휩싸였으며, 사회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 중 ‘즐거운 사라’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사건’이었다. 91년 출간된 소설은 이듬해 10월 음란물 이란 딱지가 붙어 판매금지됐다. 고인은 강의 도중 검찰에 연행, 구속됐으며, 1심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은 후 상고했지만 1995년 유죄가 확정됐다. 98년 김대중 정부에 의해 사면복권돼 강단에 선 그는 2000년 재임용에 탈락, 또 벽에 부딪쳤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인은 문단과 학계의 따돌림과 불편한 시선에 몹시 힘들어했으며 억울함을 자주 호소했다. 대학생 사라가 성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이 소설은 현재까지 판매금지 상태이다.

고인은 ‘즐거운 사라’이후에도 작품을 이어갔다. 소설 ‘로라’,‘발랄한 라라’,‘귀족’ 등 그는 일관된 글쓰기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세상은 솔직한 성 묘사를 통한 억압적인 성의 자유와 해방이란 그의 문학에 ‘사회적으로 공인된 변태’라는 꼬리표만 안겼다.

고인은 1985년 결혼, 5년 뒤 이혼했으며 자녀는 두지 않았다. 2년전, 모친을 여읜 뒤로는 서울 용산의 자택에서 혼자 살았다. 지난해 정년 퇴직한 뒤 우울증이 더욱 심해진 고인은 이 날 친구에게 와달라고 전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남겼다. 빈소는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차려졌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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