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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손녀와 할아버지의 콜라보, 세월호 그림책 ‘노란 리본’ 펴내
고등학생 허가윤 양, 직접 작사 작곡, 노래 불러 유튜브에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노란리본을 달고 너의 앞에 서 있어/어둡고 추운 바다에 서서/널 그리고 있어/사라져가는 너를/지켜보기만 했어/세상은 잠들어 있었고/시간은 흘러갔어/정말 미안해”

고등학생 손녀와 할아버지가 세월호의 아픔을 담아낸 그림책을 함께 펴냈다. 손녀 허가윤 양(18·경기수원외국인학교)이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노란 리본’을 원로 삽화가인 할아버지 윤문영씨가 그림을 더해 아이들이 볼 만한 그림책으로 펴냈다. 노랑과 흑백이 주조를 이루는 그림책 ‘노란 리본’에는 허 양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들어있다. 


중학생이던 그 해, 허 양에게 세월호의 참사는 처음엔 그저 멍멍하기만 했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무겁게 마음 속에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또래들이 당한 일이었다.

해가 바뀌어 학교에선 그 날이 오면, 다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지만 허 양에겐 뭔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남았다.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지난해 가을, 학교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과제가 있었어요. 그 때 내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니까 노래로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처음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데 도전했다. 손을 놓았던 피아노도 연습해 직접 연주했다.

그 친구들을 ‘너’라고 부르니까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성껏 만든 노래를 유튜브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프다”“잊지말자”는 댓글을 달아줬다.

청량하고 담담해 더 애절하게 느껴지는 노래에 선생님은 돌아오는 세월호의 날엔 이 노래를 불러보자 했다.

노래는 허 양에게 밥 보다 더 좋다.

학교 급식 시간 전, 30분 주어지는 자율시간에 그는 음악실로 달려가 노래 연습을 한다. 그렇게 부르다 보면 밥 먹는 일도 잊고 만다.

사실 허 양은 한 때 광풍처럼 불었던 ‘나는 가수다’ 무대에 선 적도 있다. 바로 2012년 돌풍의 주인공 ‘더 원’의 무대에서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더 원’의 ‘비상’이란 노래에 당시 초등학생이던 허 양은 도입부 격으로 한 소절을 불러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단단히 내 꿈을 보여줄꺼야’란 당찬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다.

책이 된 ‘노란 리본’은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작업으로 이뤄졌다.

“외할아버지가 노래를 들으시더니 그냥 두기 아깝다며, 그림책을 만들어보자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손녀의 따뜻한 마음이 기특하고 또 안타까웠을 테다. 그림책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소녀의 얼굴이, 노란 리본 더미 앞에서 쥐고 놓치 못하는 소녀의 손이 그려져 있다.

허 양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데 그림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책을 꼭 안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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