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칠월칠석’ 내리는 비는 연인의 눈물…칠석엔 밀전병 드세요
음력 7월 7일 ‘견우직녀 만나는 날’
양수 ‘7’ 겹쳐 길일로 여긴 세시명절
몸 씻고 우물 청소ㆍ제사 등 풍습 다양
밀전병ㆍ호박전ㆍ복숭아화채 등 즐겨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28일은 음력으로 7월 7일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이다. 24절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예부터 칠석에는 매우 특별하게 지냈다. 새해 첫날(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처럼 양(陽)의 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또 1년에 한 번만 만나는 부부의 아름답고도 애절한 이야기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날 내리는 비를 ‘칠석우(七夕雨)’ 혹은 ‘칠석물’이라 부르며 의미를 부여했다. 'oo데이'처럼 외국의 특별한 날을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고운 세시 풍속에 대해 알아보고 즐겨보는 건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구나 알지만 들을 때마다 특별한 ‘칠석’=칠석에 얽힌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견우와 직녀 설화’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하늘님(天帝)의 손녀인 ‘직녀’는 바느질을 잘하고 부지런했다. 천제는 손녀가 혼기가 차자 은하수 건너편에 사는 건실한 목동 견우와 혼인시켰는데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일을 안 하자 크게 화를 내며 둘을 헤어지게 한 뒤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칠월칠석 단 하루만 만나도록 했다. 그러나 은하수 때문에 1년에 단 1번의 만남도 순조롭지 않자 까막까치들이 머리를 이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이를 ‘오작교(烏鵲橋)’라 하는데, 칠석이 지나면 까막까치가 다리를 놓느라고 머리가 모두 벗겨져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이 설화의 배경은 독수리별자리(鷲星座)의 알타이르(Altair) 별과 거문고별자리(琴星座)의 베가(Vega) 별이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해 있다가 칠석 무렵에 천장 부근에서 보이게 되는데, 마치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해 생겨났다. 

[조선 태조 때 제작한 ‘천상열차분야지도’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해마다 칠석 즈음에 비 내리는 이유=칠석우는 1년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1년 만에 만난 ‘부부의 눈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칠석 아침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또 밤이나 이튿날 아침에 비가 내리면 다시금 1년을 헤어져야 하기 때문에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칠석 즈음에 우리나라 주변의 대기가 불안해져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조들은 칠석에 어떻게 지내셨을까=우리 조상들은 양수인 홀수가 겹칠 때를 ‘길일’이라 해 그냥 넘기지 않고 민속놀이 등을 즐기면서 의미를 되새기곤 했다. 칠석에도 ‘견우와 직녀의 눈물’이라 부르는 비가 내리면 이를 ‘약물’이라 해 계곡이나 약수터를 찾아 건강을 기원하며 몸을 씻었으며, 술과 안주를 갖춰 춤과 노래로 밤이 깊도록 놀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잦은 비에 잠깐이라도 해가 나면 눅눅해진 옷과 책을 햇빛에 말리는 ‘포쇄’를 하기도 했으며, 서당에서는 견우직녀를 시제(詩題)로 시를 지었다. 밤에 지붕에 밥을 올려놓고 자식들의 안녕을 빌기도 했으며, 우물을 깨끗이 씻기도 하고 외출을 삼가기도 했다.

이 밖에 각 지방에 따라 별과 조상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직녀의 별에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비는 ‘걸교(乞巧)’라는 풍속이 있는데, 아낙들은 새벽에 참외와 오이, 물 등을 올린 상에 빈 뒤 저녁에 거미줄이나 흔적이 있으면 소원이 이뤄졌다 믿었다. 칠석제, 용왕제, 시암제 등이 칠석에 드린 다양한 형태의 제사다.

한편, 우리나라 외에도 주변 나라들도 칠석을 챙겼는데, 음력이 아닌 양력 7월 7일을 칠석으로 지내는 일본에서는 이날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달아놓는다고 한다.

▶칠석에 뭐 먹지?=예부터 칠석에는 밀전병과 밀국수를 먹었다. 비가 와서 기름진 부침개가 당기기도 했겠지만 칠석에 밀을 많이 소비하기 위함이었다. 옛날에는 칠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밀가루에서 냄새가 난다고 해 칠석 이후에 먹는 것을 꺼렸다. 먹을거리가 많은 여름이었음에도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세시음식에도 묻어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호박부꾸미와 복숭아화채를 먹었다. 칠석 즈음이 제철인 호박과 복숭아는 수분과 비타민 보충에 탁월해 늦더위를 이기기 좋은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칠석의 다른 이름은?=24절기가 아님에도 중요 세시명절로 지낸 칠석을 부르는 이름도 여럿 있다. 칠성날(七星-), 꼼비기날, 농현, 풋구(경북 북부), 호미씻이(경북 문경), 꼼비기(구미 선산), 호미걸이(전북 군산) 등이 그것. 다양한 이름만큼 칠석과 관련된 그림이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그려져 있다. 평남 남포시 강서구역에 있는 덕흥리 고분벽화에 견우와 직녀 설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평남 덕흥리 고분벽화.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올 칠석에도 수도권엔 폭우=진짜 견우와 직녀가 만나 애틋한 눈물을 보여서일까? 칠석인 28일 오후 전국에 비 소식이 있다. 이날 오전 내내 전국이 흐린 가운데 오후부터 수도권에 비 소식이 있다. 중부지방에서 최고 100㎜가 넘는 많은 비가 예상된다. 비는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충청 지역에서 시작돼 밤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jo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