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달라진 이재용, 위기의 삼성에 희망이 보인다
삼성이 위기다. 온통 부정적 위기론 일색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연 매출 300조원에 한국 수출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증시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대기업의 총수 후계자에게 내려진 5년의 중형은 위기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벌써 위기는 1년이 넘었다. 앞으로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2심과 대법원까지 남은 시간은 예측하기 힘들다. 상급법원에서 감형되고 설사 무죄가 된다해도 그 때까지 혼란 속에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다. 추락한 삼성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는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더 강해지고 진화하는 이 부회장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아야 한다. 아니 찾아야 한다. 희망이 없지도 않다. 가장 중요한 희망이 이재용 부회장에게서 보인다. 1심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다소 긴장돼 보였다. 안 그럴수가 없다. 하지만 예상밖의 중형에도 그는 눈물을 보이지도 휘청거리지도 않았다.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오히려 차분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본 사람들만이 안다.

그는 달라졌다. 강해졌다. 그가 법정 구속됐을 때 이 부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의 걱정은 오직 한가지였다. 이 부회장 본인의 말처럼 아버지 이외엔 꾸지람 한번 들어본 적이 없는 그다. 그가 과연 독방 감옥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6개월 지나도록 꿋꿋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하고 있다.

지난 7일 5분간의 최후진술은 그걸 잘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룹이나 개인의 이익 추구를 위해, 대가를 바라고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한 내용만 보지만 그는 더 중요한 말을 했다. 그는 “삼성의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들의 기대는 더 엄격하게 커졌다는 사실을 간과했음”을 인정했다. 5개월의 재판과정과 구속수감된 6개월 간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심지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반기업정서 해소 패러다임 찾아야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재용 부회장의 관심사는 단기적인 미래에 국한됐었다. 경영 회의때 그가 하는 질문은 아몰레드 TV의 경쟁력이었고 반도체 시장전망이었다. 하지만 그건 전문경영인들의 몫이다. 그는 삼성의 미래를 고민해야 했다. 한계점에 이른 전통산업들의 변곡점을 어떻게 넘기고 그룹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하늘을 찌르는 반기업 정서는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가 그의 임무다. 선대 이병철 회장은 기업을 일으켰고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그걸 세계적 규모로 키웠다. 할아버지가 창업(創業)하고 아버지가 기업(起業)한 이후 이 부회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전업(轉業)이다.

참모들은 그걸 알려주려 못했다. 경험부족을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건 본인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일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이제 그걸 알게 된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대안이 만들어진다. 엄격해진 국민의 기대는 반기업 정서의 다른 표현이다. 이를 해소하는 일이 삼성만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재계를 선도하는 삼성이기에, 외형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가장 앞서가는 삼성이기에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종전과 같은 사회공헌이나 기여로는 불가능하다. 그 아름다운 안양CC를 공원으로 기부한다고해도 달라질 반기업 정서가 아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하는 일이어서 더 어렵다.

위기극복 키는 결국 이 부회장 몫

한 삼성의 전직 임원은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50대 중반의 그 전직임원은 자신이 연수원 교율을 받을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기업보국이었다고 했다. 삼성이 하는 사업들은 다 나라와 국민이 잘되는 일과 직결됐다. 헐벗고 배고픈 국민들에게 먹고 입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게 사업이었다. 제일모직 제일제당 용인자연농원 삼성건설 등등은 그렇게 창립 이유가 설명된다. 게다가 돈도 버니 윈윈이다.

하지만 오늘날 삼성은 자신만 잘먹고 잘사는데 익숙해져있다는게 그의 해석이다. 그만두고 사회에 나와 보니 반기업 정서가 너무도 많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지금 모든 삼성 임직원들의 목표는 이익 채워서 인센티브 많이 받자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은 돈 많이 벌어 세금 제대로 내는게 전부다.

여전히 흐르는 위기극복 DNA

문제는 여기서 나오는 부작용이다.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요구는 이제 일상이다. 가장 손쉬운 이익확보 수단이다. 오랜 협력관계는 중소기업 내부의 이익률까지 두루 꿰게 만들었다. 일년에 한 두번을 넘어 이제는 분기별로 납품가격 인하 요구를 하는 사례도 있다.

그동안은 단가인하에도 물량이 늘어나니 협력업체들도 받아들일만 했다. 이제는 양적 성장의 한계에 왔다. 납품이 마이너스인 중소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삼성 뿐이 아니다. 대기업 임직원들은 다 안다. 모두가 하는 일이다. 그들은 그걸 “피맛을 봤다”고 표현한다.

영어 상태임에도 삼성의 위기 극복과 미래는 어쩔 수 없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달려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길을 찾고 있을 것이다. 선대회장들의 돌파 DNA가 그에게도 흐를 것이므로.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