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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불편한 동거…일선학교 ‘기간제 정규직화’ 논란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 A 씨는 최근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러움을 털어놓았다.

매일 아침 열리는 학년 담임교사 회의에 5분정도 늦게 참석했다 소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긴밀한 대화를 나누던 다른 담임교사들이 A 씨가 도착하자 놀라며 황급히 말을 돌렸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이 하루종일 마음에 걸렸던 A 씨는 방과 후 평소 친하게 지냈던 다른 동료교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동료교사는 A 씨가 없는 사이 다른 담임교사들 사이에서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서명에 동참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A 씨가 보이자 예의상 논의를 멈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교사는 “다른 학교에선 비정규직 교원 앞에서도 대놓고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내부 메신저를 통해 비정규직 교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결사 반대하는 집회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대화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 중 교사와 4개 강사 직군 등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그동안 잠재됐던 정규직 교원과 비정규직 교원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실시하고 있는 ‘기간제교사ㆍ강사의 정규직 전환 불가 교원청원(서명)’이 시작된 후 일선 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들 사이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정적인 신분 상태로 인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교원들은 자신들을 향한 경계의 눈총을 받는 경우에도 잠자코 참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 B 씨는 “근무 중인 학교에선 정규직 교사들이 아직 공개적으로 서명운동을 하고있진 않지만 동료 교사간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사실”이라며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교사들 가운데서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위로해주거나, 과거와 달리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반반”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규직 교원들 역시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록 서명에는 참가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논의에 반발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규직 중학교 교사 C 씨는 “매년 바늘구멍같은 임용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예비교사들과 이런 과정을 거쳐 교사가 된 사람들을 배신하는 불공평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 초등학교 교사 D 씨는 “평소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강사들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각종 처우를 정규직 수준과 비슷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문제해결의 본질이지, 공정경쟁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잘못된 해결방법”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일선 학교의 갈등 양상은 이제 단체간의 집단 충돌 양상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한국교총의 청원 과정에서 교권 침해와 반인권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며 서명운동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원 확충이란 공감대가 있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 예비교사, 정교사 간의 반목과 분란을 한국교총이 조장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해보겠다는 것이 한국교총측의 답변이다.

하지만, 한국교총은 청원 운동 일주일만에 참가자수가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선생님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확인된 만큼 그냥 넘길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내부는 물론 장외전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학교 현장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교원간 갈등의 심화는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어질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 정규직ㆍ비정규직 교원을 비롯해 예비교사, 관련 전문가 등의 폭넓은 참여와 의견수렴을 보장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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