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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에만 대법관 6명 교체…대법원 지각변동 예고
대법원장, 대법관 전원 지명권한
박근혜 재판 상고땐 영향 가능성
법원행정처 기능·역할 줄어들고
전국법관회의 반영 비중 커질듯


신임 대법원장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방법원장이 지명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사법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중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대법원은 사법행정 외에 재판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는 21일 대법원장 인선을 발표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해 “사법행정 민주화 선도 책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도 지명 발표 뒤 “현재 법원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은 저나 국민이나 다르지 않다”며 간접적으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김 후보자가 예정대로 임명된다면 다음달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대법원장이 일반 사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연간 4만여 건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하는 3개의 ‘소부’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건이 4명의 대법관에 의해 독립적으로 처리되는 셈이다. 대법원장은 12명의 대법관과 함께 중요사건을 처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장이 된다. 이 경우에도 대법원장은 관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맨 마지막에 밝힌다. 대법원장의 의중을 다른 대법관이 반영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을 지명할 권한을 갖는다. 개별 사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대법원의 방향성을 미리 정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적 성향의 김 후보자 지명은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사법연수원 15기 출신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인사가 파격 발탁되면서 현재 법원장으로 나가 있는 사법연수원 15기는 대법관을 배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진보적 성향의 16기 이하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순수 변호사 출신 등 외부 인사가 대법관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당장 내년 1월 2일 퇴임하는 김용덕(60·12기) 대법관과 박보영(56·16기) 대법관 후임을 지명한다. 7개월 뒤에는 고영한(62·11기), 김창석(61·13기), 김신(60·12기) 대법관을, 11월에는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52·19기) 대법관을 교체한다. 최근 임명된 조재연(61·12기), 박정화(52·20기) 대법관을 더하면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가 돼 2019년에는 대법원의 이념지형이 뒤바뀌는 셈이다.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나, 1,2심 결과와 관계없이 대법원 상고가 확실시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등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2015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같은 해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노동조합(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조 부지회장을 ‘표적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선고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대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권감수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법행정 분야에서도 그동안 대법원장의 의중을 일선 법원에 전달하던 법원행정처의 역할이 축소되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사항이 광범위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꼽히던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는 데다, 법원 내 진보적 성향의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제인권법학회는 지난 3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력구조에 관한 일선 판사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현재 사법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성의 계기를 제공했다. 판사 출신인 김형연(51·29기)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이 행사 간사를 맡았던 만큼 김 후보자와 긴밀하게 협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가 임기를 시작하면 당장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하는 사법개혁안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현안이 될 전망이다. 3차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11일 예정돼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판사 사무분담권을 일선에 배분하는 방안이 현안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일선 판사들에게 직접 업무를 정하도록 하는 자율적 사무분담제를 시행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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