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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은 스스로 씻는 동물… 살충제가 필요 없어요”
밀폐공간 아닌 풀어놓고 길러야
지각현 등고개 농장 대표의 일침

소위 ‘공장식 축산’이 공격받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공장식 축산은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럼에도 그런 사육방식은 건재하다. 단위면적에 가능한 많은 숫자를 키워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란 벽은 이처럼 허물기 어렵다.

살충제 달걀이 ‘파동’ 수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전국의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까지 벌이며 확산을 막는데 동분서주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도 ‘공장식 사육’이란 키워드가 똬리를 틀고 있다. 날개도 펴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료를 먹으며 그야말로 ‘사육’되는 닭. 

지각현 대표

한 양계업 관계자는 “옴짝달싹 못하는 환경에선 해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 수가 없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산란계 농가 가운데 사실상 대부분은 케이지(철제 우리), 밀폐식 사육을 한다. 물론 케이지 농가 중에서 유난히 환경이 나쁜 곳도 있고 상대적으로 나은 곳도 있다.

충북 청주의 산란계 농장인 등고개 농장의 지각현 대표. 그의 농장은 공장식 사육을 하지 않는 극소수 중 하나다. 여기서는 평평한 우리에 닭들을 키우는 데 문제가 되는 살충제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지 씨는 지난 16일 오전 축산당국으로부터 “달걀에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잠시 중단됐던 판매도 재개됐다.

지 씨는 “동물을 기를 때 돈만 따지니 수익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대량생산은 동물의 안위는 개의치 않는데, 결국 그로인한 피해는 사람한테 돌아옵니다”고 안타까워했다.

닭을 비롯한 가금류에는 사실 살충제가 필요 없다. 스스로 깨끗하게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 거의 갇힌 채 자라는 가금류는 몸 청소를 하지 못한다. 때문에 살충제가 필요하다. 사육 밀도가 높은 농장일수록 닭에 기생하는 해충이 많고 더욱 독한 살충제를 뿌리게 된다.

지각현 농부는 “3.3㎡당 7~8마리가 지내는 정도로만 공간을 확보해주면 닭이 흙으로 목욕하고 일광욕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생충, 세균이 생길 일이 없죠”라고 말한다. 그의 농장에선 항생제, 성장촉진제, 난황착색제 등 20가지 물질도 닭에게 주지 않는다. 사료 대신 통밀, 통현미 같은 곡물과 매실ㆍ양파 발효액을 먹인다.

물론 이런 환경으로 키우면 비용은 불어난다. 달걀을 대량생산하기도 어렵다. 자연스럽게 판매가격은 뛴다. 보통 달걀 한 알에 200~300원 수준이면, 지 씨의 달걀은 1000원쯤 된다. 현재 농장에서 닭 1000여마리를 키우는데 여기서 나오는 달걀의 99%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한다. 대형 마트를 통해 유통되는 건 현재로서는 언감생심이다.

지각현 씨는 “정부가 동물복지 인증제 등을 만들어서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이 조금 더 돈을 지불하더라도 청결한 환경에서 윤리적으로 생산된 축산물을 찾다보면 생산자들도 움직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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