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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깎아주면서까지 현금영수증 발급 안하는 이유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5ㆍ여) 씨는 피부관리를 받기 위해 집 근처 마사지숍을 찾았다. 50만원 상당의 10회 이용권 구매를 위해 신용카드를 꺼내자 업주는 인상을 쓰며 카드 결제 시 부가세를 별도로 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박 씨는 현금을 내며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했다. 카드와 마찬가지로 부가세를 별도로 내라는 것이었다.

결국 5만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부담스러워 현금영수증 없이 현금 결제한 박 씨는 “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할 경우 할인을 해 주는 것은 카드 수수료 면제에 대한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금영수증 발행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탈세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일명 ‘유리통장’으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월급쟁이 입장에선 손해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올해로 13년째다. 현금영수증 발급 하한선이 사실상 없어지고 의무발행 업종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현금영수증을 발행을 기피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현금가’ 조건이다. 동네 미용실이나 음식점, 점포 등에서 누구든 한 번 쯤은 봤음직한 ‘현금으로 결제 시 정가 10% 할인해드립니다. 단, 현금영수증 발행 시 할인 혜택 제공 불가’란 안내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직장인 김모(32) 씨는 “결혼 예물 반지를 마련하기 위해 귀금속 상가를 찾아 현금 결제를 하며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는데, 이 경우 카드가와 마찬가지로 17%의 부가세가 붙는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워낙 큰 돈이라 결국 현금영수증 발급 없이 대금을 지불했지만, 돌아보면 탈세하려는 업주를 도운 꼴이라 씁쓸하다”며 경험을 털어놓았다.

불경기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처럼 이중 가격을 매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설명이다. 중소 가구 판매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적은 매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자연적으로 신고한 소득에 대해 세금까지 물게 되면 가게 운영까지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업주 입장에선 세금 줄이고, 소비자들은 할인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금영수증 발행을 피해나가는 업종은 다양하다. 꼼수가 벌어지는 시계 및 귀금속 소매업, 치과 진료, 변호사 비용 등은 모두 의무발행 업종에 해당한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관행이라는 이유 또는 소비자가 잘 알지 못한다는 허점을 활용해 현금영수증 발행을 직접적으로 거부하는 사례도 여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과태료 부과건수는 지난 2011년 486건에서 2015년 4903건으로 약 10배, 부과금액은 2011년 5억8000여만원에서 2015년 80억1200여만원으로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

의무발행 업종 57개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소득세법상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할 경우 ‘발급거부’로 간주해 신고대상이다. 거래금액의 일부를 현금 할인하는 조건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하는 경우도 발급거부에 포함된다. 신고가 이루어져 조사 후 발급거부 사실이 인정되면 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금영수증 발급거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의무발행 업종의 경우 적발 시 해당 거래금액의 50%, 의무발행 업종이 아닐 경우 해당 거래금액의 20%가 과태료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상품의 경우 의무발행 업종은 5000원, 이외 업종은 2000원 꼴인 셈이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현장 단속에 나서기보단 소비자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듯한 세무 당국의 자세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업체와 소비자가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 등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할 경우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적발 및 신고를 통한 과태료 부과 이외에도 홍보 활동을 통해 업체들이 현금영수증 발급에 적극 나서도록 노력 중”이란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도 다수의 소비자들은 현금영수증 발급이란 작은 권리 하나를 찾는다는 이유 만으로 ‘이중 가격’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루빨리 이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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