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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천만 돌파 눈앞 ‘택시운전사’의 흥행요인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1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택시운전사’는 누적관객수 940만 3377명을 기록, 천만 관객 돌파까지 60만명도 남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월요일에는 1천만 관객을 돌파해 올해 첫 1천만 관객 영화가 된다.

이는 지난해 ‘부산행’(1156만 5479명)을 포함해 한국영화로는 역대 15번째, 외국영화까지 포함하면 19번째가 된다.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인 450만 관객 수를 넘어서며 개봉 7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600만, 700만 돌파도 올해 개봉된 영화중 최단기간에 이뤄졌다.

이제 1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제법 많아졌지만, 대한민국에서 1천만을 돌파하려면, 여러가지 요인들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택시운전사’는 평단과 네티즌의 뜨거운 호평과 입소문이 꾸준한 흥행 질주의 큰 요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현대사의 대표적 비극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큰 부담 없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당시로서는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인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가다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하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송강호가 맡은 김만섭은 서울의 택시기사이고, 광주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힌츠페터도 서양의 기자다. 그렇게 해서 광주 참상을 타자의 시선으로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낸다. 송강호는 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비극적으로만 그릴 게 아니라,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은 “생전 힌츠페터에게 위험한 현장을 어떻게 취재하려고 했냐고 묻자 ‘기자니까 가야죠’라는 단순한 답이 돌아왔다. 만섭도 택시비를 받으려고 광주에 갔다”면서 “이 두 이방인의 시선으로 광주와 그 곳의 감정을 보여주고자 했고, 의도적인 해석은 가급적 삼갔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피해자 시선이 아닌 타자의 눈에 비친 광주, 그래서 신파조가 아니라 비교적 담담하게 현대사의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게 신선한 접근법이자 긴 여운까지 남길 수 있었다는 평이다.

최근 최초로 누적관객수 1억명을 돌파한 송강호는 여기서 소시민의 디테일한 감성을 잘 보여주는 명연기를 펼친다. 힌츠페터 기자를 연기한 토마스 크레취만의 연기도 과잉은 없다. 두 배우의 열연은 영화를 끌고 가는 큰 힘이 된다.

‘택시운전사’가 계엄군의 무자비한 금남로 진압 장면과 광주 시민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보여주면서도, 이 두 배우의 연기로 인해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전해준다.

택시비를 받으려면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하고, 그래서 서울로 도망가듯 올라오다 광주로 ‘유턴’할 때가 이 영화 최고의 클라이맥스가 된다. 힌츠패터도 기자로서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려야 한다는,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직업 도리를 수행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전해주는 울림은 매우 크다.

‘택시운전사’는 광주참상을 알고 있는 구세대뿐만 아니라 이를 잘 모르는 젊은 관객들도 많다. 심지어 1980년에 중학교 2학년이었던 송강호도 “라디오 뉴스에서 폭도들이 진압됐다고 하는 걸 들었다. 보도가 왜곡되고 통제되던 시대였다”라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잘 모르는 우리 역사를 알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는 점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도 영화를 보고 그 시간들을 궁금해 하더라구요”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지만 주인공의 시선을 자연스레 따라가게 됐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영화 말미에 광주택시 운전사들이 송강호의 탈출을 돕기위해 계엄 수사요원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카레이싱 장면은 영화 전체의 톤과 다른 허구로, 이 장면에 대한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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