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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 폭력은 사랑싸움 아닌 범죄 ①] ‘개인사’로 치부하고, 이별 책임은 피해자에 독박
- ‘연인 간 일은 개인책임’ 방관에 두번 우는 피해자
- “데이트 폭력 후 경찰 신고 안해” 95.2% 달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대학생 A씨는 평범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늘상 찍혀있는 연인의 부재중 전화 수십 통은 A씨의 삶을 점차 망가뜨렸다. A씨는 “이것이 말로만 듣던 데이트 폭력이구나”라고 깨달았고 자신의 동선과 복장 등을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연인의 행동에 이별을 결심했다.

실제 이별까지 가기는 쉽지 않았다. A씨의 연인은 처음엔 “너 없으면 나 죽어”라며 “내가 미쳤었다. 같이 경찰서 가자”고 무작정 매달렸다. 누구보다 A씨를 잘 아는 그가 협박과 회유책을 넘나들며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자 A씨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줬다. 그러나 폭력은 이후로도 반복됐고 참다못한 A씨가 경찰에 신고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경찰 신고는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었다 몇몇 지인들은 “남자 인생 망치고 싶냐”며 피해자인 A씨를 비난했고 “연인 일은 두분이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경찰 측의 태도도 상처가 됐다. 친한 지인들조차 “왜 못 헤어지냐”는 말로 A씨의 책임을 물으며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다. 피해자 A씨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A씨의 경우 처럼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와 주변인들이 범죄를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피해자 상당수는 공권력 보다는 친구,동료 또는 선후배 등 개인적으로 친밀한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데이트 폭력 피해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해자의 대부분은 친구, 동료나 선후배 등 사적관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데이트 폭력 경험 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도 95.2%에 달해 공권력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주변인들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주변인들은 오히려 데이트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발언으로 피해자에 두번 상처를 주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응답자의 51%는 ‘참고 헤어지지 못하는 너도 문제가 있다’거나 ‘다들 그렇게 지내는데 네가 예민한 것이다(16.3%)’라는 식으로 피해자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반응을 경험했다. ‘사랑싸움이므로 둘이 대화로 잘 해결해야 한다(32.5%)’거나 ‘연인사이의 문제는 남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23.1%)’라는 방관자적 답변도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경찰 공권력을 활용하고 피해자 센터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데이트 폭력 문제를 개인사가 아닌 ’사회적 범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A씨와 같이 데이트 폭력을 방관하거나 개인사로 치부하는 주변인들로부터 심리적으로 고립되는 2차 피해과정을 경험한 후에야 마지막 수단으로 경찰이나 피해자 센터를 찾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손문숙 활동가는 “우리 사회가 데이트 폭력을 피해자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해야 할 문제로 협소하게 바라볼수록 피해자를 공적(公的) 해결책으로부터 고립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찰 등 공권력이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데이트 폭력 조사 등에서 성(性) 인지수준을 높여 피해자에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한다”고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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