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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목고ㆍ자사고? 지금부터 내신 사교육?…험난한 ‘월드컵둥이’ 대학行
-중3 대상 ‘내신 사교육’ 증가 우려
-진학 고교 선택 두고 중3 혼란 中
-재수생ㆍ검정고시생 불리 불보듯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2002년생 현 중학교 3학년부터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교육부의 시안발표 이후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ㆍ과학, 제2외국어ㆍ한문 등 ‘4과목 절대평가(1안)’와 ‘전 과목 절대평가(2안)’를 두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 이후 수능 절대평가 확대가 불러올 대입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특히, 외고ㆍ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지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유불리를 두고 저울질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부담 절감을 통해 고교 교육 정상화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의도와는 달리 학원가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신을 겨냥해 벌써부터 사교육 확장에 나서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예견된 내신 비중↑…중3 사교육 시장 벌써부터 ‘들썩’=예비 고1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대적으로 1안에 대한 채택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예상을 깨고 2안으로 2021학년도 수능이 개편된다 하더라도 대입 시 내신 비중 강화는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능 고득점을 겨냥한 사교육 시장은 줄어들 수 있지만 대입 전형에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학생부종합전형ㆍ학생부교과전형을 대비한 내신 사교육 시장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함에 따라 벌써부터 이에 맞춰 대비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 고교 대입설명회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이미 현장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지역 중3 학부모 김모(41ㆍ여) 씨는 “수능 비중이 줄고 내신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을 대비해 강남 엄마들은 벌써부터 자녀들에게 고1 과정 국어, 영어, 수학 과목 등에 대한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다”며 “여기에 내년부터 개설되는 통합사회ㆍ통합과학 과목의 경우 정확한 학습내용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이에 대비하기 위한 과외를 시작한 집도 벌써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 중3 학부모 박모(43ㆍ여) 씨는 “강북지역 역시 중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강남지역에 버금갈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대입과 직결되는 내년 고1 내신에서 뒤쳐지지 않고 앞서가기 위해 국ㆍ영ㆍ수 고1과정 선행학습을 진행하는 학원 프로그램이나 과외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많다”고 덧붙였다.

사교육 업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기존 고교생을 위한 수능위주 대비반과 구별되는 중3 학생들을 위한 고교 내신 대비반을 구성해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주변 학원가에서는 수능 개편안 최종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개별적으로 수학과목 과외를 하고 있는 B 씨는 “중3 학부모들 가운데 2학기부터 국ㆍ영ㆍ수 이외의 사회ㆍ과학 등의 과목에 대해 과외교습을 받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며 “수능 개편안이 확정돼 내신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면 이 같은 흐름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제공=교육부]

▶수능 개편안 따라 고교 진학 결정…유ㆍ불리 평가 엇갈려=2021학년도 수능을 처음 맞이하는 중3들의 고교 입시는 이미 시작됐다. 이에 따라 대학 진학의 유불리에 따라 진학 고교를 결정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바빠졌다.

과학고 일부의 원서 접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다음달에는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 10월부터는 외고ㆍ국제고 등의 원서접수가 기다리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1ㆍ2안 모두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고 내신의 위력이 커지는 만큼 특목고ㆍ자사고 진학이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긴 하다. 서울 한 중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내신점수를 따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든 특목고나 자사고로 진학하려다 포기한 학생들이 지난 한 두 달간 증가했다”며 “적은 곳은 한 반에 특목고ㆍ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1안으로 결정될 경우 특목고와 자사고가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수능이 1안으로 결정되고 문재인 정부의 약속대로 고교내신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도입된다면 대학 입장에선 학생들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수능 국어ㆍ수학밖에 없다”며 “오히려 수능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만큼 학생부 종합전형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축돼 있는 특목고ㆍ자사고 진학이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ㆍ불리를 떠나 진학을 코앞에 두고 끝까지 가슴졸이며 정부의 결정만을 바라봐야하는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높은 상황이다. 중3 재학생 김모(15) 군은 “1학년부터 특목고 진학을 위해 준비해왔는데 지금와서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수능정책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는 점이 화가난다”며 “더이상 진학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하루빨리 정책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시작된 중3들의 고입 전략 역시 이달 말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최종 발표에 따라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수능 개편 후 급격히 입지 좁아질 재수생…자퇴 고려도=1안과 2안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2021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더라도 재수생이 될 가능성이 있는 현 고1이나 검정고시생들은 대학가는 길이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안으로 최종 결정될 경우 통합사회ㆍ과학이란 생소한 과목을 공부해야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해당 과목이 모두 절대평가로 진행되는데다 국어ㆍ수학이 여전히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만큼 정시에 도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2안으로 최종 결정되면 재수생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전망이다.

고교 내신이 미흡한 현재 고1 학생들의 경우 재수를 선택하게 될 경우 논술 전형에 대한 폐지가 사실상 예정된 만큼 정시가 대학에 진학할 유일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절대평가를 통해 사실상 자격고사로 변신한 수능의 변별도가 사라지게됨으로써 대학입시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입시전문기관 종로학원 하늘교육 측은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자격고사 수준으로 남게되는 2안이 받아들여 진다면 서울소재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정시에 대한 선발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수능 개편 전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받기 위해 자퇴 등의 방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외고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45ㆍ여) 씨는 “우수 학생이 모여 경쟁이 치열한 탓에 지난 1학기 아들의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한데다 수능 모의고사 점수까지 정체라 고민”이라며 “내신에 유리한 일반고로 전학을 가거나, 재수를 대비해 현 체제 수능 응시횟수를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자퇴하는 방법도 아들과 함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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