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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한진만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골목TV의 96시간 재난방송 생중계
천연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강원도가 태풍이나 산불로 극심한 몸살을 앓기도 한다. 올해도 지난 5월 강릉과 삼척에 발생한 산불로 큰 재해를 입었다. 지역민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특히 방송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봐도 산불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대응책은 어떻게 되는지, 주민들은 잘 대피했는지 등등 원하는 정보를 알 길이 없어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지역민인 필자의 눈에 들어온 매체는 한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역채널이었다. 그 지역채널은 산불발생 즉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지역채널과 페이스북을 통해 96시간 생중계를 이어갔다. 지자체, 소방서 등과 핫라인을 구축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재난분석과 더불어 피해자의 심리상담을 위한 전문가 대담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입체적인 대책마련으로 지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모바일을 통해서도 재난방송을 볼 수 있도록 ‘옴니채널’ 방식을 도입해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발맞춘 진일보된 모습도 보여줬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페이스북 재난 생중계로 화재상황에 대한 지역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현장을 지휘했던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산불상황을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재난방송을 통해 도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 이번 사례는 케이블TV 지역채널이 재난 발생 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고 한다.

이번 케이블TV 사업자의 재난방송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지역채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재난대응은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면서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됐다. 해외의 경우 방송을 통해 ‘지역밀착형 재난보도 시스템’이 정착된지 오래다. 재난방송 모범 국가로 꼽히는 일본은 재난발생 즉시 긴급 재난방송체제로 전환해 피해확산을 방지하고 있다. 가령, 국회 회의를 하다가도 재난방송 생중계로 전환되며, 전국 200여 개가 넘는 공동체 라디오방송으로 국지적 재난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미국은 지역협력체계를 강화해 양질의 재난정보를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밀착 재난방송의 국내 정착을 위해 케이블TV 지역채널을 재난방송 주력 매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동네의 골목골목 사정까지 잘 아는 지역채널이야말로 ‘로컬리즘(localism)’에 기반한 양질의 재난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필요불가결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재난방송의 목적인 ‘피해 최소화와 예방’에 최적화된 장점을 지녔다. 지역채널은 지역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기존 편성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도 생중계가 가능한 파격 편성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난상황은 물론, 대처요령과 복구체계 및 보상에 이르는 종합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촘촘한 지역네트워크를 통해 지역현안에 천착한 신속한 정보제공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지역채널은 자체 지역네트워크를 통해 소규모 재난도 조기 감지가 가능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래저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거의 모든 재난은 국지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지역채널과 관련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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