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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나는 노인범죄①] “아직 젊은데 일자리 없고, 자녀는 무시”…절망감에 잘못된 선택
- 지난해 65세 이상 범죄 10만건 육박
- 재산범죄ㆍ흉악범죄 급증
- 절대 빈곤ㆍ사회적 무시가 원인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상당수가 노인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생한 노인 범죄가 10만건에 육박했다.

16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이 저지른 범죄는 총 9만7443건으로 10만 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1년 5만9676건에 비해 5년새 63.3%나 급증한 셈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사기나 절도 등 재산범죄가 급속도로 늘었다. 대검찰청의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06년 고령자 인구 10만 명당 168.4건에 불과했던 재산범죄 발생비는 2015년에는 563.2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동안 234.4% 증가한 셈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일탈에 노출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면서 “노인층의 절대 빈곤 비율이 늘어나면서 갱계형 범죄가 늘기도 하고 젊었을 때 가지고 있던 전문적 지식을 이용해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재산범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30일 저녁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이모(65) 씨가 효천동의 한 농협 현금인출기 위에 놓여있던 최모(16) 군의 축구화를 훔친 사건이 발행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비를 많이 맞으며 일하다보니 새 신발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폐지를 주워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한편 지난달 10일에는 폐지를 모아 용돈을 마련하던 A모(80) 할머니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택앞에 놓여있던 상자를 폐지로 생각해 들고 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상자는 조명업자가 고객에게 보낼 택배를 잠시 집앞에 둔 것이었다. 이씨는 상자 안에 들어있던 50만원 상당의 조명은 길바닥에 내놓고 박스만 주워갔다. 그는 “폐지인 줄 알았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자식들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사정했다. 경찰은 이씨가 형사 처분을 받지 않도록 경미범죄심사위에 넘겼다.

한편 자신을 무시한다며 욱하는 마음에 폭행이나 살인 등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고령자 강력범죄 중 흉악범죄의 발생비는 2015년 10만명당 30.2건으로 지난 10년 간 347.4% 증가했다.

지난 6월 8일 성북경찰서는 김모(83) 씨를 베트남 출신 며느리 B모(31)씨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살인)으로 구속했다. 김씨는 서울 성북구의 자택에서 자고있던 며느리 B씨의 목과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며느리와 아들이 용돈을 주지않고 구박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노인들은 이전과 달리 건장하고 건강상태도 좋아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회에서는 이전같은 예우가 사라지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모멸감을 느껴 욱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젊은 층의 범죄에만 치우쳤던 범죄정책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법 교정 프로그램에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해 사회복귀를 돕는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인들이 일자리를 가질 경우 범법행위를 저지를 기회가 줄고,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를 덜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노인 고용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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