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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강훈 대표의 씁쓸한 퇴장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지난 7월 24일 대한민국에 토종커피브랜드 돌풍을 몰고 왔던 강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강훈 대표는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하면서 5년 만에 매장수 40개까지 늘리며 승승장구 했다. 이후 2008년에는 카페베네 창업주와 손을 잡고 업계 최초로 1000호점(2013년)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그는 싸이더스 iHQ의 정훈탁 대표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일부 로열티와 지분을 주는 대신 소속 연예인을 광고홍보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스타마케팅을 진행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KH컴퍼니를 세우고 ‘망고식스’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독자적인 행보를 걸었으나 오픈 초반 흑자 이외에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수익적인 측면에 압박을 느끼지 못하고 2017년 7월 중순경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커피왕 신화로 불리는 강훈 대표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의 두 가지를 통해 실패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은 베타버전과 같다. 베타버전(Beta Version)은 IT에 주로 활용되는 용어로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일반인에게 무료로 배포해 제품의 테스트와 오류 수정에 사용하는 제품을 말한다. 베타 버전의 수명은 보통 3개월 정도이며,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사용하지 못하도록 장치가 돼 있다.

오늘날 초(超) 경쟁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은 베타버전과 같다. 전략적 변곡점마다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즉 한번 통용된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약발이 없다는 것이다. 강훈 대표가 실패한 이유는 카페베네에 활용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큰 변화없이 그대로 망고식스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은 이렇게 조언한다. “성공한 기업은 모두 독특하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독점을 구축한다. 반면 실패한 기업은 모두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경영의 진리를 강훈 대표는 몰랐을까? 물론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과 방식은 매우 익숙하고 달콤하다.

알고 있지만 기존의 방식과 경험이라는 달콤한 관성을 뿌리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초일류 기업이었던 코닥, 노키아, HP, 월풀이 몰락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두 번째 부(富)의 축적은 오히려 창의력을 저해한다. 창업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크게 가진 것 없이 열정하나로 시작한다. 그러다 한 두 번의 성공은 부에 취하게 되고 열정은 사치로 치부해버린다. 익숙한 것을 답습하고 변화를 거부하다가 결국 환경을 탓하거나 외부 요인에게 책임을 돌리며 씁쓸한 결론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부와 물질의 부족은 창의성을 높여줄까?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와 존스홉킨스대의 마케팅 연구자들이 실험으로 검증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성장 과정에서 물질적으로 풍족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를 컴퓨터에 3분 동안 기록하게 했다. 두 번째 그룹에는 물질적으로 부족했던 경험에 대해 3분간 기록하게 했다. 세 번째 그룹엔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모두에게 블록 장난감을 주고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 했다. 완성품을 놓고 제4의 관찰자들이 창의성을 평가했다. 물질적으로 부족했던 경험에 대해 에세이를 썼던 사람들이 다른 그룹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진리는 270년 전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스미스도 익히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각자가 사적 영리를 추구하며 역할을 다할 때 사회전체의 선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현실사회에서는 사적 영리의 추구가 사회 전체의 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부는 불균형을, 생각의 편향을 가져오게 됐다.

이를 두고 영국의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며 반성했다. 예술이든 경영이든 궁해야 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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