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홍정의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집값 거품’ 논란에 대한 분석결과
집값이 오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거품론이다. 거품은 가격이 합리적 시장가치보다 높게 평가 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질적으로 시세차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발생한다. 기대의 상승 자체가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이를 경험한 이들이 기대치를 더욱 높이거나 시장에 추가적으로 몰리면서 다시 가격 상승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으로 가격을 폭등시킬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거품은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즉시 폭락으로 이어진다.

주택거품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가격 상승이 시장 가치의 변화를 반영한 것인지, 과열적 기대에 의한 현상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부동산의 적정 가치는 입지 특성, 향후 개발 가능성, 인구구조, 거시 경기, 금리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개별 주택의 적정 시장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기대의 과열 여부 진단은 관련 현상을 통한 추측 밖에 없을 것이다. 매매가격과 임대가격 비교를 통해 이를 시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서 비교가 쉽다.

경제학적으로 전세 가격은 거주하는 권리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고, 주택 매매 가격은 거주 권리와 향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의 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시세차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 때문이라면, 전세가에 비해 매매가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한국감정원에서 집계한 서울시의 아파트 전세/매매 가격 비율은 2012년 1월 53.6에서 2017년 5월 71.5로 5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비해 더 빠르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시세차익에 대한 과열적 기대가 시장을 끌고나갈 때는 나타나기 힘든 현상이다.

관찰되는 가격 변화 양상을 주택거품이 나타났던 양상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거품에 의해 적정 가치 이상으로 상승한 가격은 그 상승세 자체에 의해서만 지탱되기 때문에 과열된 기대가 붕괴됨과 동시에 적정 가치로 복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꺾인 적이 여러 번 있음에도 전반적인 가격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물론 국지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이 존재할 수 있지만, 적어도 향후 주택 시장 전반을 붕괴시킬만한 시장 가격의 왜곡이 현재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거품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책적 해법은 상충된다. 주택가격 상승이 시세차익에 대한 과열적 기대 때문이라면, 과세개편이나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와 가격 상승 간의 피드백을 막음으로써, 가격이 적정 가치에 회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경우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공급을 늘리면, 거품이 터지는 시점에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이 가치 변화에 의한 것이라면, 공급을 늘리는 방법 뿐이다. 재건축·재개발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하고, 주요 도심의 용적률과 층고 규제 등도 완화되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할 필요성도 있다.

이런 경우 금융규제 등을 통한 수요억제 정책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손가락으로 물을 막으려하는 것과 비슷하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정책이 일으킨 시장교란이 득보다 더 큰 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