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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고마워요 태권도장”…방학기간 학부모 ‘구세주’로
-태권도 교습 외 학교체육ㆍ인성교육 등
-초등생 방학땐 특별 프로그램 ‘인기’
-“가성비 좋다” 입소문…육아 필수코스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9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주택가. 파란색 바탕에 태권도복을 입은 호랑이 캐릭터와 특정 대학의 로고가 그려진 봉고차가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하얀색 태권도복을 입은 남성이 차에서 내렸고, 뒤이어 흰색, 빨간색, 파란색 등 형형색색의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따라 내렸다. 바로 태권도학원 통원 차량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차에서 내린 초등학교 2학년생 김모(8) 군은 “방학이라 친구들 만나기 힘든데 태권도학원에서 같이 만나 놀 수 있어 좋다”며 “부모님이 출근하신 뒤 할머니와 오전 시간은 같이 보내고, 점심 식사 후에 매일 태권도 학원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태권도학원 원장 김모(40) 씨는 “방학기간을 맞이한 주변 초등학교 학사일정에 맞춰 평소 방과후인 오후시간대로 배치됐던 교습시간을 조금씩 더 길게 늘려 오전~오후 시간으로 배치했다”며 “학부모님들 가운데선 일명 ‘학원 방학기간’에 육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이 기간에 쉬지 않고 아이들을 맡고 대신 개학 후 기간중에 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태권도학원은 방학이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해 아이들을 챙기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태권도학원의 모습]

10일 자녀 육아에 한창인 부모들에 따르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태권도학원’이 육아를 위한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고 있다. 방학기간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맞벌이 부부에겐 구세주로 통한다.

이들이 말하는 태권도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태권도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권도와 함께 줄넘기 교육을 시키지 않는 곳이 없다시피 한 것이 요즘 추세인데다 학교 체육이나 축구ㆍ수영교실 등 다양한 레포츠 활동, 다른 무술 강습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태권도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35) 씨는 “학교 수행평가 시기가 되면 줄넘기나 윗몸일으키기 등 학교 체육시험에 나오는 단골 종목을 연습시키고, 각종 구기종목 운동과 뜀틀, 철봉, 평균대 같은 체조 프로그램을 태권도 교습과 번갈아 진행하기도 한다”며 “요즘 같은 방학때면 직장 생활로 바쁜 부모들을 대신해 체험교육 과제로 박물관 견학 등을 다 같이 가는 프로그램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태권도학원은 대한태권도협회에 등록된 도장만 지난해 기준으로 9642곳, 미등록 도장을 더하면 1만2000여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태권도계에서는 이들 도장에 소속된 관원의 85%가량을 어린이 관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큰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데는 태권도학원 만한 곳이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빠듯한 경제 사정에 육아를 하는데 있어 일명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가 높은 것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사진=태권도학원에서는 태권도교습 이외에도 줄넘기, 인성교육, 학교체육,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40ㆍ여) 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해서 주택대출금을 갚으며 생활비를 쓰고 있는 형편에 아이들에게 고액의 체험학습이나 소수의 학생들로 구성되는 클럽활동을 시켜줄 여력이 없다”며 “이런 형편에 태권도학원에서는 체육활동은 물론이고, 인성교육, 줄넘기교육, 학교 수행평가 과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해줘서 좋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주 5회 하루 2시간씩 태권도를 보내는데 월 12만원만 들어간다면 다른 어떤 학원보다도 저렴하다”며 “원래 프로그램에 태권도와 줄넘기가 포함돼있고, 월 3~4만원이면 주말 특강으로 축구와 수영까지도 배울 수 있어 부담이 적다는 것이 주변 엄마들의 반응”이라고 했다.

특히, 요즘같은 방학 기간에는 영어캠프 등 다른 사교육 업체에서 주최하는 캠프 프로그램에 비해 태권도학원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태권도학원 내에서 각종 레크리에이션 활동과 동시에 합숙을 하고, 다음날 호신술을 익히거나 동네 봉사활동을 하고 귀가하는 일정으로 구성된 도장캠프(잠자기캠프)가 대표적인 예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45) 씨는 “비용은 2~5만원 내외라 부담도 적다”며 “대학에서 진행하는 국내 영어캠프의 경우 열흘 일정에 8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쩔 수 없이 ‘학원뺑뺑이’를 시켜야하는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안전도 신경쓰이는 상황에 이를 해결해주는 것도 태권도학원이라는게 학부모들의 목소리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7ㆍ여) 씨는 “학기 중이면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통원차량이 기다리다 안전하게 학원까지 데려다주다보니 만족스럽다”며 “어쩔 수 없이 ‘학원뺑뺑이’를 시키고 있는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아직 저학년인 아이들을 영어, 수학학원 등에서만 있도록 하는 것 보다 친구들과 함께 신체활동을 하도록 해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부모 입장에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더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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