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여수 낭만버스’는 시간을 거슬러 썸남썸녀의 로맨스를 싣고…
‘김광석 음악버스’ 이어 시티투어 두번째 출발
남친 이순신 부대 보낸 ‘곰신’의 지고지순사랑
표류하던 하멜은 한국人魚 ‘신지끼’에 이끌려
항일투사 로맨스·이수일과 심순애가 뒤를 잇고
21C 사랑은 이순신 광장서 버스킹 공연과 함께
출출해지는 그 때 “오빠, 갯장어 먹으러 갈래?”
향일암·비렁길·아쿠아·방죽포해수욕장도 인기

여신은 365개의 보석을 여수 앞바다에 뿌렸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곳. 청춘남녀가 놀기에도 좋으니, 통일신라 남해 서부의 중심지 중 한곳이던 여수에선 아주 오래전부터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 있었을 것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순시 왔다가 “여인들이 아름답고 인심도 좋은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물이 좋아 인심 좋고 여인들이 아름답습니다”는 답이 나왔다. 물 좋은 여수엔 ‘사랑’얘기가 참 많다.

여수 밤바다 전경

로맨틱 여수는 현재진행형이다. 더위를 잊는 여수의 ‘썸’타는 밤은 바다를 무대로 한 남녀상열치열(男女相悅治熱)이다.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 노래가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낭만포차’가 즐비한 여수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소호동동다리, 하멜등대, 종포밤빛누리 등에 조명이 밝혀지면,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 ‘한 여름 밤의 꿈’이 현실화한다.

“오빠, 하모 먹고 갈래?”

하모는 ‘갯장어’의 여수 말이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여수낭만버스에 오른 16세기 청춘남녀들의 사랑이야기는 여수의 대표적인 자연산 건강식품 갯장어로 부터 시작됐다. 파도 소리가 가볍게 들리는 여수 해안, 좋아하는 남정네와 헤어지기 직전, 수줍은 여인은 그렇게 입을 뗐다.

요즘으로 치면 “라면 먹고 갈래?”이다. 갯장어를 나눠 먹으며 사랑은 영글어 갔지만, 왜군이 침략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남정네는 여수에 있던 전라좌수영, 이순신 군단에 자원 입대한다. 여인은 계절이 바뀔때 마다 영취산 진달래, 오동도 동백꽃을 바라보며 “전쟁중이지만 꽃을 보면서 당신을 기다려요”라고 말한다.

여수낭만버스

버스커 버스에 이번엔 17세기 네덜란드인 하멜이 오른다. 꿈속에서 본 동백꽃 향을 그리워하다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여신 ‘신지끼(인어)’를 따라 이곳 해안에 당도했음을 알린다. ‘신지끼’는 여수시 관광과 김상욱 팀장의 기획, 시나리오 작성, 연출과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열연이 어우러진 영화로 만들어져, 국제 웹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은 스토리이다.

하멜이 하차하면, 독립 투사의 동지적 사랑얘기, 이수일과 심순애 신파극, 요즘 젊은이들의 때론 핫하고 때론 쿨한 로맨스 스토리가 이어진다.

2층인 여수 낭만버스는 ‘이순신광장’을 출발해 야경 명소인 돌산대교, 소호 동동다리, 예울마루 지역 등을 순환하면서 약 90분간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버스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이순신광장에 돌아오기전 소호동 일대 742m길이의 바다위 데크길인 소호 동동다리에서 멈춘다. 이순신 광장 서쪽 11㎞ 해변에 있는 이 다리는 썸남썸녀에겐 최고의 데이트산책길이다.

길거리 버스킹

낭만버스 승객과 연기자들은 이곳에서 모두 내려, 항일 투사들의 ‘동지적 로맨스’를 연출하게 된다. 마지막 21세기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이순신 광장에서 버스킹 공연과 함께 이뤄진다. 낭만버스 스토리는 다른 듯 닮은 얘기를 시대를 달리하며 전생과 후생을 연결하듯 이어진다.

지난 5일 발진한 여수낭만버스는 대구 ‘김광석 음악버스’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문화예술ㆍ관광 융합 콘텐츠형 시티투어의 두 번째 사례이다. 매주 금,토요일, 공휴일 오후 7시30분 사전 예약제(http://ok.yeosu.go.kr)로 운영된다.

돌산대교와 거북선 대교 사이, 여수 해양공원에선 버스킹 공연이 산발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그 주변에 늘어선 ‘낭만포차’는 ‘원 서머나잇’, ‘한 여름밤의 꿈’ 등 유행가-영화 스토리 같은 추억의 진원지이다. 이 곳은 평일 밤에도 붐빈다. 갯장어, 금풍쉥이, 서대회 무침, 해삼, 멍게 등이 취중진담을 부른다. 버스커들의 노래에 취한 길거리 여성관객의 고개는 어느새 썸남의 어깨에 걸쳐있다.

화려한 밤의 라스베이거스는 새벽이 오면 황량해지지만, 여수는 낮에도 나름의 청춘 활기를 이어간다.

돌산도 돌산공원에서 오동도 입구 자산공원까지 1.5㎞ 구간의 공중을 가로지르는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여수 낮 여행의 백미이다. 빨강, 파랑 등 50대 캐빈 아래로 거북선 대교와 선박들, 섬과 도시전경이 보이고, 하멜등대, 자산공원 전망대, 오동도 등이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갯장어 샤브샤브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는 오동도는 입구의 분수쇼, 꼭대기의 등대 사이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쥐똥나무 등 190여종의 수목들이 신록으로 치장하고, 해안선엔 용굴과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많은 사람들이 등대만 보고 내려오는데, 샛길 끝까지 가면 보석들을 찾을 수 있다.

오동도에서 나오면 국내 최대 메인수조와 국내 유일의 360도 돔형 수조 아쿠아돔을 보유한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의 아쿠아플라넷 여수를 만난다. 아쿠아 돔에서는 좌우는 물론 위, 아래까지 어류들이 관람객을 구경한다. 러시아에서 온 흰돌고래 벨루가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바다거북, 새끼 라쿤 등이 반긴다. 한국형 인어 ‘푸른 바다의 신지끼’ 전설을 주제로 한 공연도 펼쳐진다.

여수 문화관광해설사들은 퀴즈를 많이 낸다. ‘이순신은 거북선을 총 몇 척이나 만들었을까요?’, ‘왜 거북선을 굴강에 숨겼을까요?’ 등이다. 미리 공부를 하고 여행을 간다면 아는 것 만큼 흥미롭고 유쾌할 것이다. 똑똑한 해설사들이 많고, 수산물이 풍요로우며, 문화예술 재료가 풍부한 여수에서 돈 자랑은 유죄, 여행지식 자랑은 무죄이다. 여수 별미로는 돌산갓김치, 갯장어, 서대회 무침, 게장백반 등이다. 여수 굴도 유명하지만, 여름은 먹어서도 안되고, 팔지도 않는다. 나폴레옹과 카사노바가 하루 7차례나 먹었다는 굴은 4월 이전 추운 계절이 제철이다.

여수는 또 뭔가를 만들었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지난 2일 전라선 옛 기찻길 공원화사업으로 둔덕동 주민센터에서 오림터널 구간 내 2㎞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로 임시 개통해 시민의 품에 안겼다. 만흥공원~오림터널공원~미평공원, 원학동공원~선원뜨레공원~양지바름공원 구간 등 샌프란시스코 부럽지 않은 공원 여러 개를 내년 상반기 까지 차례로 잇는다. 이것 역시 새로운 여행루트가 될 것 같다.

‘신지끼’전설의 고향 거문도, 원효대사가 창건한 기도처라는 점 말고도 파계승과 불치의 병을 앓던 여인 간 사랑이야기로도 유명한 향일암, ‘하프’를 닮은 67m 높이의 초대형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여수세계박람회장, 백사장과 몽돌이 한데 모여 있는 국내 몇 안되는 하이드리드 해변 방죽포 해수욕장,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등도 꼭 가 봐야 한다. 1박2일로 다 할 수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다시 가 볼 밖에.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