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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15분 진료’ 합리적 의료수가 마련이 성패의 관건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 종합병원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15분 심층 진료’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종합병원의 관행이 되다시피한 ‘3분 이내 진료’의 문제점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서울대와 함께 국립 또는 사립 2~3개 대학 병원이 동참 여부를 타진이라고 한다. 대상 과목도 아직은 한정적이다. 서울대의 경우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등의 중증환자나 희귀난치병 환자에게 일단 적용한다. 그렇더라도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건 환영할 일이다. 모든 종합병원과 진료과로 제도가 확산되도록 의료계와 관계당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사실 오늘날 종합병원 의사들의 환자 진료는 거의 신기(神技)에 가까울 정도다. 진료차트 확인, 증상 듣기, 치료 방식 결정, 검사 또는 약 처방 등 일련의 진료 과정을 단 3분도 안되는 시간에 끝낸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진료 시스템이다. 그나마 환자가 드나드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분도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의사가 2~3개의 진료실을 오가며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병세를 진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의사들도 환자의 상태와 병력, 가족력 등을 충분히 듣기보다는 검사에 의존하는 진료 방식을 택하게 된다. 그런 만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도 빠져나간다.

사정이 이렇게 된 건 무엇보다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 병원만해도 하루 9000명 이상 외래환자가 찾아온다. 이들을 다 진료하려면 의사들이 3분은 고사하고 1분만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신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15분 진료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 의료전달 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병원 외래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굳이 3차 의료기관을 찾는다면 진료비를 무겁게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이 시간을 갖고 진료하는 건 반갑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환자 부담이다. 초진 기준으로 15분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가 지금보다 4배 이상 많은 9만~10만원을 책정해야 맞다는 게 보건당국 생각이다. 당분간은 추가 부담이 지금보다 5% 정도 늘어나는 선에서 그치도록 한다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적정 부담과 건보적용 등 병원의 수익 보전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15분 진료 정착은 우리 의료 시스템이 한 단계 발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의료 수가 체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마련하는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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