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66% 감소하니 특수도 없어
-대형 업체들도 ‘실적부진’으로 시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최근 방문한 대학가의 한 분식점. 매장 안은 후덥지근했다. 기자가 들어가자 반쯤 누운자세로 핸드폰을 만지던 주인은 느즈막히 에어컨 전원 버튼을 눌렀다. 식당 벽면에는 ‘방학Event 무조건 4000원’이 적힌 A4 용지가 곳곳에 붙어있다. 주인은 “방학이면 매출이 학기중의 절반밖에 나오지 않는다. 임대료도 못낼 지경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시간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은 탓인지, 식사를 마치는 내내 매장 안 공기가 축축했다.
#. 7~8월 휴가철을 맞은 지난 24일, 명동 중심부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대신 공사소음이 가득채웠다. 화장품 편집숍과 보세의류 점포들은 리모델링을 하거나 업종을 변경하고 있었다. 외곽 지역은 그마저도 없었다. 대신 ‘임대문의’가 적힌 A4 용지들이 쉽게 눈에 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으로 사람이 찾아오지 않자 명동 외곽 점포들은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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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수도권 한 대학앞의 식당 모습. 방학을 맞아 손님이 줄자 1000원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나섰다] |
여름 휴가, 그리고 학생들의 방학을 맞은 도시 상권은 현재 심각한 침체 현상을 겪고 있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마저 한국을 찾지 않자 번화가 상권은 파리만 날린다. 특히 서울 번화가 지역은 임대료가 인상된 상황이라 상권 공동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서 올해 상반기 서비스수지 누적 적자액은 157억4000만달러(약 18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직전 최대였던 지난해 하반기(-97억8000만달러)와 비교해서도 적자폭이 60%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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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도심 상권은 임대료를 내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비어가고 있다. 한 건물 앞에 붙은 임대문의 마크] |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요우커 감소였다. 여행수지 적자가 77억4000만달러로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의 절반가까이에 달했다. 요우커가 66%가까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맛집으로 정평이 난 명동의 한 냉면가게 종업원은 “불황에 요우커까지 찾아오지 않으니 업자들 입장에서는 이중고”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도심권역(CBD)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47%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7.36%)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었다. 광화문(2.92%)과 충무로(5.15%)는 공실률이 적었지만, 나머지 명동ㆍ동대문ㆍ서울역은 10%대를 웃돌았다. 명동의 경우는 요우커를 주로 상대하던 화장품 브랜드숍, 다수의 패션 매장들이 문을 닫았다.
대학가 주변의 만화방들은 방학을 맞아 일찌감치 문을 닫고 있다. 원래 영업시간은 오후 12시까지. 하지만 학교앞에 손님이 없자 오후 6시~7시 무렵부터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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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명동도 마찬가지다. 명동상권에 비어있는 한 점포 모습] |
업주는 “방학에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며 “대부분이 데이트 손님이니까, 낮시간에만 영업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도 이같은 불황의 영향을 제대로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롯데쇼핑은 이번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1.4% 감소한 7조4013억원, 영업이익은 49.0%이 감소한 8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8% 감소한 1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 줄어든 8997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레저’부문은 영업이익과 매출이 모두 크게 올랐지만,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여행리테일(Travel RetailㆍTR) 부문 실적 감소가 눈에 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00억원, 8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8%, 47% 줄어들었다.
zzz@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