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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모유수유 주간]“회사에 수유실도 없고…” 복직 전에 모유수유 끊는 엄마들
-“탕비실에서 몰래 유축해요”…워킹맘의 고충
-응답자 절반 “업무 중 착유시간ㆍ공간 부족”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출산 후 6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워킹맘 손혜진(32) 씨는 복직 직전 급하게 모유수유를 끊었다. 다른 엄마들과 달리 젖이 잘 나와 아이를 위해 ‘완모(완전 모유수유)’하고 싶었지만 회사를 다니며 모유수유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 씨는 “회사에 수유실이 없을 뿐 더러 근무시간에 유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일부러 단유했다”며 “모유를 오래 먹일수록 아이한테 좋다고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2. 출산한지 두 달만에 복직한 워킹맘 박모(29) 씨는 출근할 때마다 유축기, 젖병, 보냉가방 등 짐을 한가득 챙긴다. 아이에게 모유를 무조건 1년 이상은 먹이고 싶은 박 씨는 수유실조차 없는 회사에서 악착같이(?) 유축한다. 박 씨가 선택한 곳은 바로 탕비실. 박 씨는 탕비실에 사람이 없을 때 문을 잠근 채 유축하고, 유축한 모유는 탕비실 냉동실에 넣어줬다가 보냉가방에 넣어 퇴근한다.

박 씨는 “유축하는 동안 행여나 누가 탕비실에 올까봐 조바심이 난다”며 “회사 있는 동안 최소 2번, 30분씩 유축을 해야하는데 그럴 때마다 자리를 비워야 해 눈치가 보인다. 가끔 업무가 많아 유축하지 못하면 젖이 불고 너무 아프지만 참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지정한 세계 모유수유주간(8/1~8/7)을 맞은 가운데 우리나라 워킹맘을 위한 모유수유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높다.

WHO는 모든 영아들에게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만 먹이고, 2살이 될 때까지도 모유 수유를 지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1970년대 90%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모유 대체품이 증가하고 모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1997년엔 1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완모 실천율은 18.3%로 140여개 국가 평균인 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가진 여성 근로자는 회사에서 하루 두 번씩 유급 수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수유실을 마련해 놓은 회사가 많지 않아 맘 편히 수유시간을 가지기란 여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직장 내 모유수유에 대한 낮은 인식이 모유수유 포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4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여성 560여명 대상으로 실시한 모유수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유수유가 어렵다고 한 응답자 가운데 약 32%가 “업무 중 착유시간 부족”을 이유로 꼽았고 “착유공간 부재”가 27.1%로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모유수유가 영유아의 기본권이자 생존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모유수유넷의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인천가정법원 신한미 부장판사는 “모유수유를 권리로 보면 엄마 신체 자유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데, 영유아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은 생존권의 문제로, 기본권으로 볼 수 있다”며 “국가 또는 엄마의 의무보다는 아이의 권리라는 입장으로 접근해 영유아의 모유먹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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