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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의 습격②]“툭하면 열불”…쏟아지는 땀, 여름이 더 괴로운 갱년기 여성들
- 이유 모를 열감과 땀으로 불쾌지수 ↑
- 여성 호르몬 감소로 체온 유지 기능 저하
- 증상 이해 못하는 주변인과 갈등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직장인 민선영(51ㆍ가명)씨는 최근 3~4년 간 여름이면 좀처럼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자려고 침대에만 누우면 이유없이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줄줄 나기 때문이다. 에어컨으로 열기를 식혀도 그때 뿐이다. 바로 갱년기 장애 중 하나인 원인모를 ‘열감’ 때문이다.

곤란한 상황은 낮에도 이어진다. 땀이 얼굴 위를 줄줄 흐르다보니 화장이 번지면서 지저분해져 다른 사람들을 대하기 창피할 정도다. 회사에서 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민씨는 일을 할 때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때마다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에도 차질이 생긴다. 

여름철 갱년기를 겪는 중년들은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열감을 느껴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갱년기에 접어든 40~50대의 중년 여성들은 온몸에 퍼지는 열감(熱感)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여름을 어렵게 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열감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그 영향을 받는 세로토닌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이다.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신경 전달 물질 세로토닌은 흥분이나 불안감을 잠재우고 평온한 심리 상태를 만드는 동시에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갱년기에는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하는 에스트로겐과 함께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시도때도 없이 열이 오르는 것이다.

김규남 상계백병원 교수는 “뇌 시상하부에서 체온 유지를 하는데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이 기능이 고장나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고 화끈거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변사람이 이들이 겪는 갱년기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심지어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이 춥다는 다른 여직원들과 리모컨 전쟁까지 벌여야 한다. 민 씨는 “에어컨을 계속 틀자는 남직원들과 에어컨 바람이 쌀쌀하니 잠깐이라도 끄자는 여직원들이 리모컨을 두고 신경전을 벌일 때마다 내가 남직원 편을 들다보니 여직원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된다”고 푸념했다. 민 씨는 “나도 갱년기가 오기 전엔 에어컨 바람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체질이 급격하게 변하니 너무 당황스럽다”며 “가뜩이나 푹푹 찌는 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은데 몸에서 열까지 나니 가족들에게도 짜증을 자꾸 내 미안할 따름”이라며 속상해 했다.

남들보다 여름이 더 더운 건 비단 갱년기 여성 뿐만은 아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역시 세로토닌 분비에 관여하는 만큼 남성도 갱년기 증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급격한 폐경을 겪는 여성과 달리 노화에 따라 서서히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남성의 경우 체온이 오르는 것을 갱년기 증상으로 인식하지 못 할 뿐이다. 최근 몇달 간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갑자기 열이 확 오르고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 증상을 겪는 직장인 권선기(59) 씨는 “별로 안뜨거운 음식을 먹는데도 땀을 줄줄 흘리다보니 직원들이 함께 밥을 먹기를 꺼린다”면서 “남성들은 갱년기가 없다고들 알고 있어 이해받지도 못해 억울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체온 변화를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인 만큼 주변 온도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여름철에 지나치게 에어컨 설정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하지 말고 오후 4~7시 사이에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 햇볕을 쬐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증상인 만큼 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생약 치료 등도 가능하다”며 “증상을 참지 말고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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