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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비 엇갈린 김기춘ㆍ조윤선... 이유는?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27일 이른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의 명단을 만들고 지원에서 배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공범(共犯)으로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은 “지원 배제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블랙리스트’, 정책 아닌 범죄



재판부는 이날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지원 배제에 활용한 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중대 범죄라고 판단했다. 헌법과 문화기본법에서 보장하는 ‘문화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했다.

김 전 실장 측은 좌파 예술인에게 치우쳐있던 정부 지원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실장 등이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면 명단 작성과 활용이 법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 명단 작성 등 작업이 은밀하고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정책’이 아닌 ‘범행’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좌파’ ‘야당지지’ ‘세월호 시국선언 참여’ 여부도 예술인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정당한 근거가 아니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비서실장의 권한을 남용해 특정 예술인과 단체 지원을 끊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출판진흥원 임직원들을 압박한 ‘직권남용 범죄’라고 판시했다. 일선 위원회에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했다는 김 전 실장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조윤선, 인수인계ㆍ보고 받았다 보기 어려워



김 전 실장의 주문에 따라 정무수석실과 교문수석실, 문체부가 협업해 ‘블랙리스트’ 작성ㆍ활용에 나섰다는 특검 측 논리는 이날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원배제 업무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2014년 6월 부임한 조 전 장관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6월 초기 블랙리스트 작성 업무를 맡았던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후임자로 정무수석실에 입성했다. 그러나 부임 후 조 전 장관이 지원배제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관련자 진술이 갈렸다. 박 전 수석은 특검에서 “조 전 장관에게 전화로도 만나서도 블랙리스트 업무를 설명했고 처음에는 웃으면서 듣던 조 전 장관도 나중에는 표정이 어두워졌다”고 진술했지만, 범행에 가담한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은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후회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전 차관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조 전 장관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실장 등의 판결, 朴혐의 입증에 ‘디딤돌’ 역할 할 듯



이날 김 전 실장 등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공범(共犯)인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ㆍ활용’은 정책수행이 아닌 범죄라고 판단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운신의 폭도 좁아지게 됐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의 사표를 받아낸 김종덕(50) 전 문체부 장관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대통령의 지시는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 공무원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ㆍ부당한 지시”라고 판시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지시를 수행한 시행책들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진만큼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 전 국장의 사표를 받으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임면권자의 ‘인사재량’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어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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