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군함도’, 류승완 감독이 정말 잘한 것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영화 ‘군함도’가 26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평일 조조 타임에도 관객들이 많았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하시마에서의 힘든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의 아픔과 슬픔, 분노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관객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흥행 돌풍을 예상해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잘 몰랐던 역사의 한 조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군함도’에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이 출연하지만, 어느 누구도 주인공 같지는 않다. 송중기는 시간이 좀 지나서 나온다. 그것이 류승완 감독이 잘한 것이다. 주인공 1~2명이 계속 끌고가는 서사, 1~2명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이야기는 영웅담이 되기 쉽다. ‘군함도’라는 영화는 그렇게 되면 안된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 이정현과 소지섭, 송중기는 하나같이 “조단역들과 함께 했다”는 말들을 했다. 의례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배를 타고 군함도로 들어가거나, 군함도라는 집단수용시설에 있거나, 나중에 이 곳을 탈출할 때도 세세하게 사람들이 나온다. 촬영할 때 감독이 ‘슛’을 하면 100여 명에 가까운 분들이 한 목소리로 ‘슛!’을 크게 외쳐 비장한 결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극중에서 조선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촛불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데, 소년이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때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은 조선인 강제 징용 역사를 잘 몰라서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역사는 잘 모르지만, 군함도 등 강제징용에 관한 사진들은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을 영화로 재현한 자체가 의미가 있다. 땅속 깊숙이 들어가는 갱도와 시설물을 잘 만들어 사실감을 높였다. CG도 거의 없다고 했다. 미술팀과 조명팀의 노고가 보인다.

‘군함도’는 역사성과 대중성, 둘 다 포기하지는 않았다. 영화의 흥행 공식을 중시하는 대중성과 일본의 조선에 대한 착취와 수탈이라는 역사성을 다 잡은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럼에도 ‘군함도’는 재미로 보는 영화가 아니다. 재미로 보면 안되는 영화다. 재미로 만들면 안되는 영화다. 그러면 ‘국뽕영화’가 돼버린다. ‘군함도’를 그렇게 만들지 않아서 좋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