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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5cm 이상만 비즈니스” 지시한 배구협회
[헤럴드경제=윤혜정 인턴기자] 26일 대한민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2017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해 체코로 떠난 가운데 대한배구협회가 선수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고 호화스러운 취임식을 진행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 베르사유홀에서 대한배구협회 오한남 신임 회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대관료만 1000만 원 가까이 드는 데다 주류 및 식사까지 행사 관련 총비용이 2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다른 종목 행사도 종종 열리는 곳으로 한국 4대 스포츠로 꼽히는 배구를 총괄하는 수장의 위상에 걸맞은 행사였다.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제2그룹 결선에 진출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협회는 비난의 여론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바로 시기 때문이다. 현재 배구협회는 여자 대표팀의 이른바 ‘절반 비즈니스석’ 논란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앞서 협회는 2017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라운드에 나서기 위해 체코로 떠나는 여자 대표팀 선수 12명 중 6명만 비즈니스석 탑승을 허용했다.

여자 대표팀의 이같은 처우는 남자 대표팀과 비교가 되면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오는 8월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남자 대표팀 14명 전원에게는 비즈니스석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좌석 문제는 선수에게 예민한 사안이다. 키가 큰 배구 선수들이 좁은 이코노믹 좌석을 타고 장시간 비행할 경우 근육에 피로가 쌓여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에 오한남 배구협회 신임 회장은 직접 해명을 내놓았다. 오 회장은 “사실 대표팀은 얼마 전까지는 다 이코노미로 갔다”며 “연맹에서 1억 원 지원을 받았지만, 시합은 많고 남녀 모두 지원하게에는 한계가 있다. 체코 왕복 비즈니스석은 1인당 660만 원이 든다”며 협회의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삼았다.

이어 “연구한 끝에 내 키가 183cm인데, 185cm 이상은 비즈니스로 하고 그 이하는 이코노미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며 “감독이 리베로 중 무릎 수술한 선수 한 명을 추가해달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도 협회가 굳이 호텔 취임식을 강행한 것에 대해 무리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취임식 비용을 아끼면 적어도 3명의 선수가 더 비즈니스석을 탈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배구협회는 오 회장이 선출된 뒤 ‘새 판’을 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선수의 편의보다는 취임식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 돈의 문제가 아닌 태도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yoon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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