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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노동자가 늙고 있다 ①] “노가다 편견ㆍ캄캄한 미래”…청년이 사라졌다
-건설 기능인력, 20대는 9.9%에 불과
-20대 노동자 62% “사회적 인식” 부담
-4년간 외국인 건설노동자 2만여명 증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노가다’라는 부정적 인식과 저임금 구조 탓에 건설현장에서 젊은이들을 볼 수가 없다. 대신 50~60대 인력과 이주노동자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차기 정부의 건설 및 주택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건설 기능인력 484만6319명 중 50대 이상이 253만1000여 명(약 52.3%)으로 건설현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기능인력은 20대 47만9723명(9.9%), 30대 73만5469명(15.2%), 40대 107만7281명(22.2%), 50대 137만9411명(28.5%), 60대 82만2201명(17.0%), 70대 32만9097명(6.8%)으로 조사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필요한 전문 건설 기능 인력은 139만 명이지만 내국인 인력은 121만 명에 불과하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젊은 노동자가 건설현장에 유입돼야 인력난이 해소될 수 있지만, 20대 노동자들은 사회적 인식이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5월12일~31일까지 20대 조합원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대 건설노동자들이 ‘일하면서 가장 불만인 사항’으로 ‘사회적 인식’(62%), ‘저임금’(52.1%), ‘외국인력’(49.3%)을 꼽았다.

기능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방위산업체에 스카우트 돼 사무직으로 근무했던 박원일(25) 씨는 현재 목수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소위 말하는 ‘대졸자’들은 대학 졸업하고 넥타이를 매고 일해야지, 어떻게 노가다를 하냐고 하지만 나는 현재 일에 만족한다”며 “사무직이라도 최소한의 급여나 개인 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저질 일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목수가 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여전히 노가다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건설노동 현장에서 일한 김정남(23) 씨도 “노가다라는 인식때문에 건설현장에 다 50~60대 어르신들 뿐이고 20대는 열에 하나 정도인 상황”이라며 “건설현장에서 혈압체크를 해보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고령 노동자가 많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업 도중 고혈압으로 쓰러지거나 근육통을 호소하는 고령 노동자들이 많은데, 젊은 노동자가 늘어나야 안전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또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건물을 지어야 의미가 있는데, 20대가 많아져야 대한민국 건설 현장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뺏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20대 청년들의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최근 외국인 취업자 구성 변화와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외국인 건설업 취업자는 2013년 6만4000명에서 8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현장이 젊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데, 청년들이 처음 건설현장에 들어갔을 때 미래를 설계ㆍ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러한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법 개정을 통한 ‘건설기능인등급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들을 초급ㆍ중급ㆍ고급ㆍ특급으로 나눠 몇 년 차에 어느 정도 직위에서 얼마의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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