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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혼자 두느니 차라리 학원뺑뺑이”…학원비 2배 출혈
울며 겨자먹기’에 하소연·한숨
일주일 100만원짜리 캠프까지
7말8초 학원까지 방학땐 ‘멘붕’
이맘때 휴가자 몰려 ‘눈치전쟁’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이유진(40ㆍ여) 씨는 이번주 여름방학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에게 미안하단 마음 뿐이다. 맞벌이를 하고 있다보니 방학기간에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없고, 홀로 남겨둘 수 없다보니 일명 ‘학원 뺑뺑이’를 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지금 다니고 있는 영어, 수학, 피아노학원에 더해 독서논술학원과 미술학원을 추가로 등록할 계획이다. 이 씨는 “나이어린 아이를 홀로 집에 남겨둘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학원뺑뺑이를 시킬 수 밖에 없다”며 “평소 부족했던 공부를 더 시킨다고 자위하지만, 방학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학원 옮겨다닐 아이에겐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25일 전국 초등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어린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학원 뺑뺑이’로 인해 학원비가 평상시의 2배까지도 치솟는다는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이 육아 및 자녀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 등엔 여름방학을 맞은 자녀들을 어떻게 돌봐야할 지 묻고, 이에 대한 노하우를 말해주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양가 부모님께 맡긴다는 의견도 간혹 보였지만, 이마저도 여의치않은 경우 가정은 학원이나 캠프를 활용하라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도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박모(37ㆍ여) 씨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한 주라도 덜기 위해 6박 7일짜리 초등 여름방학 캠프를 보냈다”며 “자기주도학습이나 인성교육, 스피치 교육 등을 하는 과정에 대한 참가비가 90만원이나 되는 바람에 부담이 됐지만, 아이도 방학을 맞아 색다른 경험을 하고 부부도 걱정없이 회사에 가자는 생각에 참가시켰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카페 상에 한 학부모가 쓴 “요즘 같은 세상에 빈집에 아이들을 홀로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차라리 내 허리가 끊어지더라도 학원을 보내는게 안전하다”는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도 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경수(45) 씨는 초등학교 1ㆍ3학년 두 아들의 방학 기간이면 항상 생활비 마련 고민에 빠지곤 한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학원 뺑뺑이 밖에 없고, 이로 인한 학원비 지출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계셔서 잠시 올라와 봐주시는것도 일주일 내외다보니 두 아이를 학원에 맡기다시피 할 수 밖에 없다”며 “방학시즌엔 학원비만 최대 150만원까지 나와 가계부가 펑크나는건 어쩔 수 없다지만, 퇴근 후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하나 고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7월 말~8월 초면 몰려있는 학원가의 방학철이면 학부모들은 일명 ‘멘붕’에 빠진다. 학원마저 쉬게될 경우 자녀들이 하루종일 가 있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이 있는 이성준(42) 씨는 “직장을 다니는 아내와 번갈아가며 학원 및 유치원 방학 기간을 맞춰 여름휴가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기간이면 맞벌이하는 회사 동료들도 앞다퉈 휴가를 쓰려다보니 날짜를 맞추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휴가를 받더라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나마 휴가를 쓸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자영업자거나 소수의 인원이 근무하는 중견ㆍ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마저 불가능해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인주(42) 씨는 “아이들 학원 방학 기간에 맞춰 휴가를 쓰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이 기간만 되면 동생 내외에게 아이를 맡기는데,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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