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 연예톡톡] ‘개그콘서트’를 살리는 과정에서 생각해볼 문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침체된 ‘개그콘서트’의 재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주도자는 ‘개콘’ 선배들이다.

김준호 김대희 신봉선 강유미 박휘순 안상태 박성광 송병철 등 선배들이 복귀해 ‘붕숭아학당’ 코너를 부활시켰고, ‘대화가 필요해 1987’도 방송되고 있다. 봉숭아학당 교사로 나오는 맏형 김대희는 언론 인터뷰를 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배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개그콘서트’는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선배가 후배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개콘’을 살리겠다는 심정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향만큼은 잘못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에 ‘붕숭아 학당’와 ‘대화가 필요해’ 등 철 지난 코미디를 불러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복고개그를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칫 선배들의 이런 노력이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선배들이 ‘개콘’ 부활을 주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모양상 좋지 않다.

‘개그콘서트’가 잘 안되는 이유와 환경부터 살펴보고 처방에 나서야한다. ‘개콘’의 침체는 재미 없고 유치한 코너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도 원인이 있지만, 다른 볼 거리와 할 거리들이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콘’이 경쟁사 코미디 프로그램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프로레슬링의 몰락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볼거리가 없던 시절 프로레슬링이 인기를 얻었지만 대체 볼거리가 많아지자 프로레슬링은 사양길을 걷게됐다.

이럴 때 ‘개콘’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공개코미디라는 포맷으로는 한계가 있다. 1999년 박중민 PD가 ‘개그콘서트‘를 내놨을때 포맷은 신선했다. 이 포맷은 당시 코미디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머리를 굴려 탄생한 결과물이다.

‘개콘’의 개그는 100% 짜고 하는 것이다. 기획단계에서 짜고, 검사 받고, 연습해 무대에 올리다 보니, 한 주 방송하는데 3~4일이 소요된다. 개그를 ‘짜는‘ 행위도 필요하지만, 짜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이런 답답함을 탈피할 유연성이 필요하다.

현행 방식보다는 리얼함이 주는 예측불가능성의 코미디도 개발해야 한다. 길거리 코미디를 접목해 코미디 버스킹을 한다거나 옹알스처럼 공연형 코미디도 개발하고, ‘비긴 어게인’처럼 외국에서 버스킹을 해보는 것도 좋다. ‘쇼그맨’ 등 몇몇 개그팀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개그공연을 가졌지만, 모두 사전에 짠 개그로, ‘개그콘서트’에서 하는 코너와 유사하다.

코미디는 영역과 포맷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개콘’이 과거 선배들도 후배들과 똑같이 아이디어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해서 살아나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초심을 회복하면 될 정도로 간단하지가 않다. 재밌는 코너 1~2개로 개콘을 살리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요즘 몇몇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지상파 PD들을 영입해 콘텐츠제작사로 변신해 방송국 업무로 들어오자, Mnet 같은 방송국들은 ‘아이돌학교’ ‘프로듀스101’ ‘소년24’처럼 아이돌 연습생을 뽑아, 트레이닝하고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연예기획사 업무를 가지고 온다. 이 상호 영역 침투가 어디까지가 바람직한지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트렌드와 시장 지향성임은 분명하다.

예능의 리얼리티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다큐화하면 교양 영역에서는 거꾸로 예능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활용하기도 한다.마찬가지로 ‘개콘’도 이제 다른 영역을 개콘안에서 녹여내는 방식을 연구할만하다.

요즘 사람들은 TV로 많은 걸 본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를 스토리만 본 게 아니다. 화면안에 들어가 있는 세련된 여행지를 비롯해 패션, 스타일 등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그래서 ‘도끼비’는 PPL의 보고였다)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인다.

‘개그콘서트’도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공개 코미디 형식을 확장하고, 다른 영역의 것을 변용하는 일이다. 이런 일은 ‘개콘’이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