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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재도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라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데다 이혼의 아픔을 동시에 겪었다. 일자리를 못 잡아 생활보조금으로 연명하며 6년만에 원고를 완성했다.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12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끝에 4억5000만부를 팔아치운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됐다. 조앤은 몇 년전 미국 하버드대학 졸업식에서 실패의 가치에 관해 이렇게 역설했다.

“성공을 위한 열망만큼이나 실패에 대한 공포가 여러분의 삶을 좌우할 것입니다. 인생에서 몇 번의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패 없이는 진정한 자신도, 진짜 친구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진리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재능이고 그 어떤 자격증보다 가치있는 자질입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숱한 실패를 겪었다. 대학 삼수, 서른번의 입사시험 탈락, 세번의 사업 실패란 과정을 겪고 창업한 게 알리바바다. 시가총액 3140억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저력은 실패의 경험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은 실패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들어도 장밋빛 성공의 꿈을 꾸며 사업에 헌신한다. 그러나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듯 창업가도 크고 작은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산업과 시장에 둔하고 경영관리가 미숙하며, 소비자에 관한 이해와 영업경험이 부족한 초보기업인이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 한번에 성공하는 법은 없다. 노력이 반복되고 실패가 축적돼야 성공의 열매가 맺힌다. 특히, 진입장벽을 뚫고 치열한 시장경쟁을 거쳐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야 하는 창업의 세계에서 계획과 준비가 아무리 치밀해도 실패는 피할 길이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사업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창업가들의 모임인 ‘페일콘(FAILCON)’이란 실패컨퍼런스가 성황을 이룬다. 사업의 실패를 창업가 개인의 실패로 보지 않고, 이를 다음번 창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귀한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가 미국에는 잘 정착돼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상황은 어떤가? 한번의 실패만으로도 낙오자란 낙인이 찍혀 평생의 멍에를 지고 사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엔 재도전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실패하더라도 쉽고 빠른 재기를 통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갖춰져 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또한 재도전 기업인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재도전종합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재창업 성공율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경험전수도 해준다.

특히,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재창업가를 지원하기 위한 ‘재창업자금’도 매년 늘리고 있다. 하나 단순히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사업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성실경영능력을 평가해 의도적으로 사업을 접고 정부지원만 받으려 하는 이들은 걸러낸다. 정직한 실패만이 용인되는 견제장치가 작동한다. 그다음 기술력과 사업성을 평가해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연계지원을 집중적으로 해주는 시스템이다.

사업실패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음의 문턱으로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좌절을 경험한 기업인들이 ‘실패’라는 소중한 자산을 디딤돌 삼아 뭉글뭉글 일어서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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