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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불감증’ 英 그렌펠 화재…“보수 정부의 규제완화 원인”
-국내 30층 이상 고층건물 3266개…매년 화재 20%씩 증가

-현행 ‘30층’ 중간 대피층 설치 기준 ‘25층’으로 줄여야

-소방시설 분리발주로 하도급 부실시공 방지해야

-보수당 정부의 ‘규제 완화가 가져온 안전불감증’ 원인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최소 사망자가 8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의 참상이 국내에서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초)고층 빌딩 화재 안전 관리가 여러 부분에서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피난계단 및 피난층 설치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소방시설 부실 시공을 막기 위한 분리 발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38층 주상복합 건물 우신골드스위트 화재는 물론 최근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등으로 (초)고층건물에서 발생하는 대형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제1337호)에 실린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사고와 국내 (초)고층건축물 소방안전제도 개선과제’에 따르면 국내 30층 이상 고층건축물 및 초고층건축물은 매년 증가 추세로 2016년 기준으로 총 3266개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2701개가 아파트이며, 복합건축물 451개, 업무시설 60개, 공장 40개 등으로 거주를 위한 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많다.

고층건축물이 증가하면서 화재 발생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초)고층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131건에 이른다. 이는 2015년 107건보다 22% 늘어난 수준이다. 2014년 86건, 2012년 74건 등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매년 20% 정도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고층건축물의 증가 추세와 국내에서도 우신 골든스위트 화재 등을 계기로 건축법 상의 건축물 외장재 관련 규정이 강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화재예방 및 대비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화재 발생시 소방장비를 동원한 외부 진압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건물안’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스프링쿨러, 화재 감지 설비가 제대로 작동돼야 하며, 입주자들은 피난안전구역(피난층) 및 특별피난계단을 통해 신속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건물별로 안전메뉴얼을 만들고 입주자들로 하여금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대피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현행 건축법 및 초고층법에서는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피난안전구역을 최대 30개 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25개층으로 설치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중간 대피층을 지상층으로부터 최대 25개 층마다 설치해야 피난 한계시간(5분~5분30초)을 충족해 안전한 대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불어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소방시설의 시공기술은 전문성 및 특수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현재 소방시설공사는 별도로 구분해 발주하지 않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등이 일괄적으로 공사를 수주한 다음 소방시설공사업자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소방시설 부실공사를 초래하고 화재 등 유사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다수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 보고서는 이 같은 소방시설 분리발주가 하도급의 폐해를 없애고 저가수주로 인한 소방시설공사의 부실시공을 방지, 소방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안전불감증을 없애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경제논리로 생각해왔으며,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만 확보한 상태에서 확률적으로 재난이 발생하지 않기만 바래온 점이 없지 않다는 지적.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 역시 처음에는 건물 외장재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으나, 최근 현지 시민들과 언론에서는 보수당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가져온 안전불감증’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에 관한 규제는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비용절감이라는 목적을 위해 완화 되어서는 안 되며, 이제부터라도 (초)고층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회적, 법적 환경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pdj24@heraldcorp.com



사진설명=지난달 발생한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당시 모습.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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