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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경준의 ‘공짜 주식’, 1심은 선물ㆍ2심은 뇌물인 이유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진경준(50)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49) NXC 대표에게 공짜로 받은 주식이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 받은 금품 전부를 30년 지기 친구의 ‘선물’일 수 있다고 봤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 1심은 선물, 2심은 뇌물 =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1일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에 벌금 6억 원, 추징금 5억219만 5800원을 선고했다. 뇌물을 건넨 김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 받은 5억 219만원 상당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지난 2005년 받은 넥슨홀딩스 비상장주식 매입자금(4억 2500만원), 제네시스 차량 명의이전료(3000여만 원), 해외 가족여행 경비등(4700여만원)이 포함됐다. 판결이 확정되면 뇌물로 인정된 금액은 추징된다.

이는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 받은 9억 5000만 원 상당을 모두 뇌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던 원심과는 다른 결론이다. 원심은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는 일반적인 친구 사이를 넘어 서로 지음(知音)의 관계에 있다고 보인다”며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이익을 뇌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 ‘개별 업무 관련해 금품 받아야 뇌물’ vs ‘검사 일반적 직무 관련해 금품 받으면 뇌물’ = 뇌물 혐의에 대한 1ㆍ2심의 판단이 달라진 이유는 검사의 직무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맡고 있던 업무와 관련해 경제적 이익을 받았어야만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했다. 1심은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 금품을 받은 10여 년 동안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06년 넥슨 주식을 취득했을 때와 2010년 여행 경비를 지원받았을 당시 진 전 검사장은 넥슨 사건과 관련 없는 법무부 검찰국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 재직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법령상 인정되는 검사의 일반적 직무와 관련해 대가관계가 있었다면 굳이 개별적 직무와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수수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김 대표가 훗날 형사 사건에서 도움을 바라고 금품을 줬다’는 검찰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 ‘검사라서 돈 줬다’ 김정주 진술에 대한 판단 달라져= 1ㆍ2심은 ‘검사라서 훗날 도움을 바라고 돈을 줬다’는 김 대표의 진술 신빙성을 다르게 판단했다.

김 대표는 1ㆍ2심에 걸쳐 “주식 매수대금을 지급하고 제네시스 차량을 이용케한 것은 자신과 회사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가족여행 경비를 부담한 것도 검사인 진경준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검사여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사건이 있을 때 알아봐줄 수 있기 때문에 진경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김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봤다. 김 대표 진술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익을 준 데 검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추상적이고 의례적이라고 1심 재판부는 설명했다. 훗날을 대비해 뇌물을 줬다는 김 대표의 진술도 “김 대표가 불법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운영하는게 아니고 과거 10년 간 직무 관련 현안이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도 직무 관련성 있는 사안이 생길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배척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김 대표의 법정 진술에 무게를 뒀다. 이같은 진술이 진 전 검사장에게 대가를 바라고 금품을 줬다고 자백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김 대표의 진술은 ‘진 전 검사장이 직접 범죄수사를 담당하게 될 경우는 물론 다른 검사의 직무에 속한 사항까지 알선해 줄 것’이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검사 직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 ‘공짜 주식’은 뇌물, ‘주식대박’은 천운 =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 받은 금품 상당 부분은 이날 뇌물로 인정됐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넥슨 비상장 주식을 넥슨 재팬 주식으로 교환하고 이후 매각해 얻은 시세차익 126억 원은 뇌물에서 제외됐다. 당시 진 전 검사장 외 소액주주 110명 모두에게 넥슨홀딩스 주식을 팔고 넥슨 재팬 주식을 취득할 기회가 주어졌던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넥슨홀딩스 주식이 넥슨 재팬 주식으로 교환된 건 주주 지위에서 얻은 기회일 뿐 김 대표가 별도로 재산상 이익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공짜 주식’은 뇌물이지만 ‘주식 대박’은 운이 좋았다는 논리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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