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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매트에 보양식까지…복날 ‘개팔자 상팔자’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개도 덥다” 애견용 매트 깔고
기력보충 음식조리법 공유도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양모(29ㆍ여) 씨는 출근길에 강아지 유치원에 들려 애완견 ‘보리’를 맡긴다. 보리는 유치원에서 모질을 윤기 나게 해주는 ‘탄산스파’를 받고, 수제 간식을 먹는다. 시간이 나면 후각을 활용하는 ‘노즈워크 놀이’를 하며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다.

양 씨는 “복날이면 점심시간에 꼭 삼계탕을 먹는데, 유치원에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보리가 생각나 퇴근길에 닭고기를 사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주민 성모(52ㆍ여) 씨는 “복날이면 사람도 기력이 떨어져 보신을 하는데, 강아지도 기운이 없지 않겠냐”며 “집에 있을 때는 에어컨을 켜두지만 외출하면 더워하는 것 같아 애견용 ‘쿨매트’를 장만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 씨는 “이번 중복 때는 직접 애견용 보양식을 만들 것”이라며 “닭고기를 끓여 살코기만 분리하고 코티지치즈와 섞은 뒤 육수를 부어준다”고 설명했다.

복날이면 ‘애견인’들은 보양식 조리법까지 공유한다.

22일 중복을 앞두고 좁은 철창에 갇혀 보신탕으로 팔려갈 식용견과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견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인을 잘 만난 견공은 시원한 곳에서 보양식을 먹는 ‘상팔자’지만 그렇지 못한 견공은 보양식이 될 말그대로 ‘개팔자’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복날의 풍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해마다 반복돼 온 해묵은 ‘개고기 논쟁’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

지난 6일 전국 개고기 판매상들로 구성된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에서 ‘100만 육견인의 생존권 사수 생존권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수백여 명의 회원들은 “동물보호단체의 만행으로 개사육 농민 다 죽는다”, “살인마 동물보호단체를 즉각 구속하자” 등 다소 과격한 구호들을 외치며 식용견 합법화를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개고기 판매상들의 주장에 즉각 반발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지난 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된 ‘스톱 잇!(STOP IT) 그만 잡수시개’ 개식용 반대 집회에서는 개식용 반대 피켓을 든 시민 300여명이 도심 행진을 했다. 한편 개고기를 죄의식 없이 먹어왔던 과거와 달리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식용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1994/2015년 식생활 변화와 ‘쿡방’, 보양식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개고기 식용을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나머지 37%는 개식용을 좋게 본다고 답했고, 응답 거절 또는 모름이 19%였다. 즐겨 찾는 여름철 보양식 순위로는 삼계탕(43%)이 1위로 가장 높았고, 보신탕은 6%로 3위를 차지했다. 

박로명 기자/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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