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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함도’, 유승완 감독이 시대물을 다루는 방식
-역사성과 대중성을 다잡은 결과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6일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힘든 삶을 그리고 있다.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m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나날을 보낸다. 갱도붕괴로 이어지는 갱도열차 이탈 사고는 그곳이 열심히 위험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승완 감독이 우리의 아픔이 묻어있는 역사물인 ‘군함도’를 다루는 방식은 몇가지가 있다. 선악의 이분법을 탈피했다는 게 첫번째다. 일본 제국주의는 나쁜 것이고, 여기서 벗어나려는 조선인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 민족주의적 색채를 벗어나 ‘뻔한 시대물’이 되지 않도록 했다.


유승완 감독은 “그안(군함도)에서 벌어질법한 이야기가 날 자극했다. 자료 조사를 해봤더니. 좋은 조선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일본인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국적이 아니라 개인에 포커스를 맞췄다”면서 “이분법으로 진영을 나눠 관객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군함도’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래서 다양하다. 악단장 이강옥(황정민)은 딸 소희(김수안)를 지키기 위해 탄광소장의 비위를 맞춘다.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최칠성(소지섭)은 조선인 징용자를 괴롭히는 한국인 중간관리자를 제압하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위안부로 끌려와 온갖 고초를 겪는 오말년(이정현)과 군함도의 조선인을 이끌고 탈출을 지휘하는 광복군 소속 OSS(미 전력 정보국) 요원 박무영(송중기),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족을 속이는 거물 조선인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이해관계로 살 길을 찾는다. 말년이 “나를 속인 놈은 조선인 이장이고, 더 나쁜 곳으로 팔아넘긴 놈은 조선인 포주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군함도’가 취한 또 하나의 방식은 역사성과 대중성을 다잡았다는 점이다. 일본 나가사키현 남서쪽에 위치한 ‘하시마’로, 군함의 모양을 담았다 하여 군함도로 불리는 이곳은 미쓰비시사의 탄광사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강제 징용돼 끌려온 4만여 조선인들의 희생이 감춰져 있다.

일본은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고도, 안내판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구성자산 중 하나이며 서양 산업혁명의 흐름을 수용하여 공업국으로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설명하고 있을 뿐,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 유승완 감독은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비판의 화살은 일본에게만 갈 게 아니다. 우리 외교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런 ‘뜨거운 감자’에 대중성을 입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역사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상상력도 발휘해 대중성으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갱도열차 사고신만 해도 재난영화의 스펙타클을 제공하고, 최칠성이 이끄는 목숨 건 탈출조가 일본인과 총으로 대치하는 장면은 역사물 같지 않다. 군함도에서 온갖 수난과 고초를 겪던 조선인이 욱일승천기를 칼로 찢고, 일본인 교도소장을 칼로 처단하는 장면은 한국관객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충족시켜준다. “정리되지 않는 역사에서 탈출한다”는 감독의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출발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군함도 ‘탈출 작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다.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 등 ‘군함도’속 인물들은 캐릭터의 속성을 부각시키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공식을 중시하는 대중성과 일본의 조선에 대한 착취와 수탈이라는 역사성을 다 잡은 것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다 좋은데, 확실한 그 무엇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의 연기를 펼친 아역 소희 역의 김수안 얼굴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과 아이라는 점 등을 상기시켜주면서 기억에 남을만하다.

유승완 감독은 “제국주의라는 악을 씌워 전부를 다루려는 게 아니라 전쟁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고, 또 강해질 수 있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순제작비 220억.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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