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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복날’ 풍경] “중복은 무슨…” 보양식 찾는 사람 줄었다
-“먹고 살기 바빠서” “비싸서”…삼계탕 외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카페를 운영하는 김태영(33) 씨 일주일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카페를 찾는 손님이 늘었기 때문이다. 초복이 지나 곧 중복이 다가오지만 김 씨는 복날을 까먹은 지 이미 오래다.

김 씨는 “장사하느라 정신이 없어 이번 주말이 중복인지도 몰랐다“며 “귀찮기도 하고, 삼계탕을 먹지 않아도 평소에 밥을 잘 먹으니 굳이 복날을 챙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고 불린 삼복더위. 21일 중복을 하루 앞둔 가운데 복날은 옛말이 됐다. 더위로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3년째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김은지(30) 씨에겐 삼계탕을 챙겨먹는 건 사치에 불과하다. 정신적인 여유는 물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취하는 공시생 신분에 복날을 챙기는 것은 지나친 여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루하루가 전쟁인데 복날이라고 보양식을 챙겨먹는 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 삼계탕이 ‘금계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폭등한 것도 시민들이 굳이 삼계탕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인 이동운(32) 씨는 이달초 초복 때 친구 2명과 삼계탕을 먹고 계산하다 깜짝 놀랐다. 삼계탕 3그릇 먹었을 뿐인데 7만5000원이나 나온 것이다.

“고급 삼계탕집이어서 가격이 다른 곳보다 비싼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다음부턴 다른 보양식을 찾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계탕 음식점들이 인건비와 식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서 삼계탕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다. 올해 시중 삼계탕 가격은 1만6000원 내외로 예년보다 20% 가량 올랐다.

과거에 비해 삼계탕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면서 삼계탕 음식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김모(58) 씨는 “복날 당일엔 여전히 삼계탕을 찾는 손님들이 많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손님들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입장에선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손님이 줄어드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업계 내에선 올초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과 함께 복날의 보양식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하림에 따르면 초복을 앞둔 지난 5∼9일 하루 평균 생닭 출하량은 18만 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약 12%가 줄어든 것이다.

이마트에선 지난 2015년 약 63%를 차지했던 닭 매출 비중이 올해 약 60%로 떨어진 반면 장어, 전복, 낙지 등 수산 보양식 재료 매출은 같은 기간 동안 24.6%에서 40.6%로 꾸준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날 하면 삼계탕만 찾던 보양식 수요가 장어, 전복 등 수산 보양식재료로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손질이 다 된 수산보양식이 나오다보니 판매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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