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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작가미술장터, 블루오션 전략으로
최근 친분 관계가 있는 젊은 작가 A가 필자에게 한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작가미술장터’에서 과거 화랑 전시에서 판매됐던 것과 유사한 작품을 작가가격에 팔았는데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A가 말한 작가가격이란 화랑 마진을 제외한 작가 몫으로 정해진 금액을 의미한다. 통상 화랑에서 작품이 팔리면 작가는 판매금액의 50%를 받는다. 작품판매 경험이 많지 않았던 A는 이중가격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받았던 금액인 작가가격에 작품을 판 것이다.

필자는 A에게 화랑에서 작품을 샀던 구매자는 바가지를 쓴 꼴이 되었으니 더 이상 이중가격이 형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순간 ‘작가미술장터’ 사업이 미술품 유통질서를 무너뜨린다고 화랑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작가미술장터’ 사업은 작가와 구매자가 화랑을 거치지 않고 미술품을 직접 거래하는 행사다.

정부가 2015년부터 국민의 세금으로 ‘작가미술장터’사업을 지원하는 이유가 있다.

화랑에서 작품을 판매하거나 관리하는 작가보다 화랑에서 작품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작가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도를 쌓지 못한 젊은 작가는 화랑에 초대돼 작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 대다수의 구매자는 유명작가와 인기 작가의 작품에만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판매는 작가들의 생존권이 달린 매우 절박하고 현실적인 사안인데도 현재 한국미술시장은 화랑을 거쳐야만 작품을 팔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다.

문제는 미술시장의 다원화를 모색하고 작품판매 촉진의 계기를 마련하는 ‘작가미술장터’사업취지가 자칫 화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직거래로 작품을 저렴하게 산 구매자가 화랑이 폭리를 취했다고 비난하거나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실제로 화랑에서 거래되는 일부 작가들이 ‘작가미술장터’에 작품을 출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가와 구매자 사이의 중개역할을 하는 화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미술시장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화랑 마진은 작가 발굴 및 작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체계적으로 전시, 관리, 홍보 등에 따른 화랑의 투자비용과 맞춤형 고객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정부는 ‘작가미술장터’ 사업이 가격파괴나 화랑의 고객을 빼앗는 행사로 그 의미가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화랑들의 위기감을 불식시키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해결방법은 블루오션(경쟁 없는 유망시장)전략이다. 기존 미술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장 개척과 서비스 개발,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을 겨냥한 명확한 사업 목표 설정 및 특화된 콘텐츠 개발 여부가 ‘작가미술장터’ 사업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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