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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카풀앱은 커플앱?…사랑이 꽃피는 출퇴근길
-카풀앱 ‘용돈벌이ㆍ애인 일석이조’
-일부 “남성은 안 태워줘요” 울상
-“자꾸 말 거는 운전자 불편” 불만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미혼 직장인 성시윤(38) 씨는 지난해부터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하는 승차 공유서비스인 카풀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카풀 운전자로 등록한 성 씨는 앱을 통해 출퇴근길의 경로가 비슷한 탑승자를 찾아 태웠다. 운전자인 성 씨는 탑승자가 업체에 지불한 요금에서 수수료를 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카풀로 일주일에 최대 10만원까지 벌자 성 씨는 카풀앱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됐고, 동승했던 탑승자를 우연히 다시 태워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성 씨는 유독 자주 마주친 한 여성 탑승자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카풀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주 만난 그들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플이됐다.

성 씨는 “출근길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정이 들게 된 것 같다”며 “출근길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카풀앱이 젊은 남녀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데이트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탑승자는 택시보다 약 30% 저렴한 카풀 차량을 선호하고 운전자들은 출퇴근길에 가능한 투잡 개념으로 카풀앱을 사용한다.

현재까지 유명 카풀앱 4개의 이용자 수만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다른 공유 서비스와 달리 카풀자들 사이에선 카풀만의 매너가 존재한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차량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탑승자가 차량의 뒷자리에 앉거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은 ‘비매너’로 여겨진다. 자연스럽게 운전자와 고객 간의 대화를 나누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급기야 용돈벌이에다 연애까지 ‘일석이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부 운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혼 남성 직장인 김승우(33) 씨는 얼마전 여의도-양재동 경로의 카풀을 구하려다 애를 먹었다. 김 씨가 카풀 신청을 하면 이를 승낙한 운전자들을 많았으나 정작 카풀 신청을 받자마자 운전자들이 카풀을 취소하는 것이다. 카풀 운영 규정상 운전자가 카풀 신청을 받은 후에야 운전자와 탑승자는 서로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승낙한지 5분 안에 카풀을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카풀을 승낙한 후 자신이 남성인 것을 알게 된 운전자들이 맘을 바꾼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김 씨는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여자친구 사진으로 바꿨다. 그러자 카풀을 취소하는 운전자가 없어졌다.

김 씨는 “내 사진으로 카풀을 신청하면 운전자가 카풀을 승낙한 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는데, 여자친구 사진을 걸어놓으면 신기하게도 카풀 취소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남성 운전자가 여성 탑승자만 찾는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소일거리로 카풀앱을 사용하는 운전자 뿐만 아니라 데이트나 헌팅 목적으로 앱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데이트 목적의 카풀이 점점 등장하면서 일부 탑승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탑승자로서 카풀앱을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이모(29ㆍ여성) 씨는 “카풀 매너상 조수석에 앉긴 하지만 그것이 꼭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대화없이 조용히 가고 싶은데 이것저것 물으며 말을 거는 운전자들을 만나면 불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카풀 목적이 다른 일부 운전자와 탑승자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측은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반의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몇몇 카풀앱의 경우 탑승자의 차량 정보, 행선지, 이동 경로를 지인에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긴급 상황 시 주변 소리를 녹음해 본사에 전송시키는 응급버튼도 앱에 설치했다. 신고와 불만이 여러 차례 누적 접수된 운전자는 아예 회원 자격을 박탈시키는 카풀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 이용자들의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조치를 통해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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