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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싸이클’ 지혜 넘치는 ‘쓰레기 전시회’
전쟁 후 철모는 밭에 거름 주는 바가지로
폐목재와 장난감, 아트 등잔으로 재탄생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문명 비판
민속박,19일부터 힐링의 ‘쓰레기’展 개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 산하에 나뒹굴던 녹슨 철모는 밭에 거름을 주는 도구 ‘철모 바가지’로 재탄생한다.

포탄피는 등잔의 소품으로, 빈병은 유리병 등잔으로, 폐 목재와 장난감은 다른 재활용품과 어우러져 근사한 아트(art) 등잔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교련복 허리띠는 북청물장수의 물 지게 어깨띠로 변신한다.

쓰레기를 더 가치 있는 새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싸이클’, 우산과 냄비 등 쓸 만 한데도 버려지는 물건을 조금 손 봐서 한 점 부끄럼없이 더 쓰도록 하는 ‘수명연장’ 노하우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자원재활용의 마음이 빚어낸 창의적 가치들이다. 이를 이어받아 젊은 예술가들은 쓰레기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올 여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쓰레기 전시장이 된다. 그 쓰레기들은 지혜, 소중한 교훈, 반면교사를 담았기에 색다른 힐링을 선사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쓰레기 생활사, 재활용의 지혜 등을 담은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를 오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연다. 프랑스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 Musée des civilisations et de la Méditerranée, 관장 장 프랑수아 슈네)도 우리와 함께 ‘쓰레기’라는 주제로 나름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거름통’, ‘넝마 바구니’, ‘지승병’, ‘재활용 등잔’, ‘포탄피 재떨이’ 등 쓰레기 수집과 활용 관련 유물·사진 자료,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문화재인 ‘하피첩(霞帔帖)’(보물 제1683-2호),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英祖大王胎室石欄干造排儀軌)’(보물 제1901-11호), ‘미인도’(고산 윤선도유물전시관 소장) 등 300여점이 소개된다. 

냄비땜질

▶쓰레기로 우리 삶을 말하다.

1971년 미국의 학자인 윌리엄 랏제(William L.Rathje)가 애리조나주(州) 투손(Tucson) 쓰레기 매립지를 발굴한 이후, 쓰레기 분석을 통해 생활사를 복원하는 쓰레기 고고학(garbage archaeology)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생활문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쓰레기에 대한 탐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접근이다. 이번 전시는 쉽게 얻고 버리는 현대 소비 풍조 속에서 쓰레기 문제를 통해 자신을 살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자리이다.

전시는 크게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의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1부_쓰레기를 만들다’ ▷‘2부_쓰레기를 처리하다’ ▷전통 농경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재활용사(史)와 여러 대안과 해법을 소개하는 ‘3부_쓰레기를 활용하다’로 구성된다.

1부에서 ‘컵라면 용기’, ‘나무 도시락’ 등 일회용품 등이, 2부에서는 ‘넝마 바구니’, ‘폐지 손수레’ 등 폐자원 수집 도구, 2009년 발굴된 ‘서울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 등이, 3부에서는 ‘지승병’, ‘피피선 바구니’, ‘재활용 등잔’, ‘철모 똥바가지’ 등 재활용사(史) 관련 유물 및 사진 자료등이 전시된다. 쓰레기로 오인되어 잃어버릴 뻔했던 ‘하피첩’,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미인도’ 등의 문화재도 함께 전시된다. 

업싸이클 아트 등잔들

▶해답은 나와 이웃의 생활 속에 있다.

문제 해결 노력도 전시된다. 장난감 재활용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 버려지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는 마을기업 ‘리폼맘스’, 양복을 기증받아 면접을 준비하는 구직 청년 등에게 값싸게 대여하는 ‘열린옷장’, 제주 바다의 쓰레기를 수집하여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재주도좋아’, 다양한 물건을 기증·판매하고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소개된다.

또, 폐품을 다듬어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시키는 리폼(reform)의 달인들,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과 물건에 담긴 추억 의미에 교감하는 사람들, 버림받는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넝마 바구니와 집게. 고무신 수선 도구(양은 수리용 화덕과 인두), 바다쓰레기 재활용 액세서리를 소재로 한 기획작품 ‘재주도좋아’ 등도 전시된다.

술 마실 때마다 싸들고 다니는 ‘백자 사발’, 네 자녀 모두 물려 입힌 ‘아동복’, 어머니의 ‘경대’, 시어머니가 피난 때 들고 온 ‘손재봉틀’, 손에 익은 낡은 ‘다리미’ 등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대를 이어 사용하는 물건도 선보이고, 멀쩡한데도 버려진 쓰레기 같지 않은 생활용품도 부끄러운 얼굴을 내비친다. 백자사발을 오래 사용한 사람은 2NE1 리더 씨엘의 아버지라고 한다.

버려질 뻔한 고산 윤선도 가문 보유 ‘미인도’

▶쓰레기는 놀이, 예술의 기반도 된다.

박물관 야외와 실내에 최정화(설치미술가)의 ‘만인보’, ‘breathing flower‘, ‘Alchemy’ 등 작품과 버려진 물건을 예술품으로 탄생시킨 김종인(서울여대 미술대 교수)의 ‘마니미니재미形’ 등 정크아트(Junk Art)도 전시된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 그룹의 에코퍼센트(E%)는 자연 분해가 어려운 스티로폼, 알루미늄캔, 유리 등의 합성소재를 활용해 쓰레기가 전통적인 십장생을 대체해버린 현실을 풍자한 ‘신(新) 십장생’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재활용 놀이터가 꾸며지고, 실증난 장난감과 친환경 가방(Eco-bag)을 교환하는 코너가 운영된다. 또한, ‘우산 수리’와 ‘새활용업사이클 공예 제작 체험’(7월 22일~8월 12일 기간 중 매주 토요일)도 열린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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