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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後] “어린이집 급식 불안해도 아이 보내는 수 밖에…” 워킹맘의 딜레마
-“옮길 데도 없고, 직장 그만둘 수도 없어”
-전문 조리사 둔 가정어린이집 6%에 불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만 엄마로서 불안하고 죄스러운 마음 밖에 없다. 원장은 부실 급식 논란이 사실무근이라고 하지만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난 14일 본지가 <“어린이집 급식에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사용”… 학부모 ‘부글부글’> 기사를 보도한 이후 학부모 A 씨는 불안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A 씨는 부실 급식 의혹을 알게된 후에야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고 전했다. 


A 씨는 “아이가 오후 3시30분에 하원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먹을 것을 찾았다”며 “배고파했던 이유를 뒤늦게 알게돼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 점심과 간식 메뉴를 물어보면 학부모들에게 공지된 식단과 일치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그래도 이유가 있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했을 뿐 그렇게 급식이 부실하게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며 분개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민간 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이용해 부실 급식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뿐만 아니라 특별활동비 부당 청구 등 다른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원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사용하지 않은 특수활동비를 뒤늦게 돌려줬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A 씨는 “어린이집을 옮기고 싶어도 다른 어린이집들은 이미 정원이 다 찼고, 워킹맘 입장에선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어린이집에 자리가 있어도 아이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있다”며 “급식이 엉망인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낸다”고 덧붙였다.

현재 옥수동에는 민간 어린이집이 7개에 불과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물론 민간 어린이집까지 모두 자리가 다 찬 상태다.

학부모들은 원장에게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이가 피해를 볼까 두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어린이집 생활이 어떤지 확인할 길이 없어 너무 불안하지만 내가 항의했다가 괜히 아이만 다치거나 피해를 볼까봐 뭐라할 수도 없다”며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선 엄마들은 ‘을’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불만이 많지만 옮길 어린이집이 없다보니 현재로선 아이의 간식을 많이 챙겨주는 방법 밖에 없다”며 “이미 어린이집을 옮긴 학부모들은 하루 빨리 옮기라고 조언하다”고 전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리 민간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어린이집ㆍ유치원과 같은 집단급식소의 경우 국가면허를 취득한 전문 조리사와 영양사를 따로 두도록 하고 있지만 정원이 20인 이하의 어린이집은 예외다.

지난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어린이집(99.4%)에서 급ㆍ간식을 자체조리하면서도 37.2%는 조리사자격이 없는 취사부가 조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절반 이상이 원장이 직접 조리했고 전문 조리사가 조리하는 경우는 6%에 불과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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