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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맥주로 열대야 식힌 당신, 속은 ‘부글부글’
-차갑고 자극적 음식 섭취 증가
위장관 운동 자극 배앓이·설사 유발
복통 반복·지속되면 정확한 검사 필요
-장염 등 예방 위해 손씻기는 기본
더운 음식도 섭취해야 장건강에 도움

평소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 회사원 이모(32) 씨는 여름이면 맥주와 수박, 참외 같은 제철 과일로 더위를 쫓아 왔다. 그러다 최근 심각한 배앓이 때문에 낭패를 봤다. 평소처럼 늦은 밤 맥주와 수박으로 더위를 식히고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아랫배에서 갑자기 이상 신호를 느꼈다. 결국 심각한 설사 탓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그날 밤을 뜬눈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는 “밤에 먹는 맥주와 과일이 배앓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병원에서 들었다”고 털어놨다.

계속되는 장마와 폭염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서울 지역에 올 여름 들어 처음으로 열대야까지 발생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생각나는 것이 더위를 가시게 해 주는 야식이다. 하지만 이 씨처럼 무더위를 쫓기 위해 먹은 맥주와 여름 과일이 더부룩함은 물론 자칫 복통, 설사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적절히 따뜻한 음식을 먹어 줘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무더위에는 시원한 맥주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여름은 식중독을 비롯한 각종 수인성 감염 질환이 유행하는 때다. 외부 기온이 높고 인체의 열기가 피부를 통해 외부로 발산되기 때문에 배 안이 쉽게 차가워진다. 더위를 견디느라 끊임없이 먹는 차가운 음식, 음료 등도 뱃속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늦은 밤, 고칼로리 야식과 음주는 복통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손병관 을지대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치킨 같은 야식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기는 하지만 위장 기능의 장애가 쉽게 일어나서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함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내장지방도 쉽게 축적돼 복부비만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복통에 치명적이다. 맥주, 와인 같은 발효주는 보통 성질이 차갑다. 때문에 시원함을 느끼려고 여름에 마시면 마실수록 속은 더욱 냉해져 복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술은 이뇨 작용이 있어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 과음을 하면 잦은 배뇨와 복부 불편감 때문에 잠을 설칠 수 있어 절주하는 것이 좋다.

손 교수는 “여름철에는 더위 때문에 차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증가하는데, 이는 위장관의 운동을 자극해 배앓이와 설사 증상을 유발한다”며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더운 여름일수록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을 고루 섭취하고,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섭취해야 여름철 뱃속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여름철 손 씻기는 유비무환(有備無患)=여름철 어린이의 배앓이는 어른보다 주의 깊게 살펴 예방해야 한다. 신체 기관이 어른보다 기능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료에 애를 먹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단순히 배가 차가워져서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장염, 특히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는 바이러스성 장염인 경우 탈수 등으로 인해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아이가 심한 배앓이를 호소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덥다고 배를 드러낸 채 잠을 자거나, 어른에 비해 절제력이 부족해 빙과류 등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기 때문에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 배가 차가워지면 장(腸)이 자극을 받아 불규칙한 운동을 하고 이에 따라 설사, 복통을 겪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나친 냉방도 배앓이를 부를 수 있다. 실내ㆍ외 온도 차가 크면 어린이는 어른보다 저항력이 약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따라 위장의 운동 기능에도 이상이 오게 된다.

따라서 실내ㆍ외 온도 차가 5도를 넘지 않게 조절하고, 에어컨 바람이 어린이의 살과 호흡기에 직접 닿지 않게 하며, 아무리 덥더라도 잘 때는 얇은 이불로 배를 덮어 줘 찬 공기가 배를 자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손 교수는 “방학으로 아이가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을 실행하게 되면 신체 리듬이 깨져 장의 정상적인 기능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장염 바이러스는 전염될 수 있으므로 외출 후 돌아오면 손을 꼭 씻게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맛 좋은 제철 과일, 많이 먹으면 과유불급(過猶不及)=대부분 사람은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면 임의로 소화제를 찾을 때가 많다. 하지만 소화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정확한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손 교수는 “복통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에는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며 “만약 복통 외 혈변, 옆구리 통증, 체중 감소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여름에는 각종 균에 의해 감염되는 장염, 식중독에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먹거리도 신경 써서 먹어야 한다. 음식은 가열한 뒤 섭취하고, 물, 과일, 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대부분의 과일도 냉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평소 위장이 약하고 설사가 잦다면 여름 과일을 적절히 먹고, 잘 익은 토마토, 복숭아, 자두, 바나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손 교수는 “익지 않은 푸른 바나나는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나, 노랗게 익은 바나나의 경우 펙틴이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설사와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름철 채소로는 수분 보충과 이뇨에 도움을 주는 오이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지가 좋다. 냉국이나 무침으로 요리하면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제철 채소인 양배추, 부추 등은 비빔밥이나 겉절이로 섭취하면 면역 증강과 살균 작용이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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