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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바다의 4차 산업혁명, e-내비게이션(e-Navigation)이 답이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마술과 구별되지 않는다.’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 소설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가 한 말이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지만, 때때로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들을 돌아보면 새삼 놀랍게 여겨질 때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한때 과거의 우리 선조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혹은 신(神)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여기던 것들을 매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눈부신 기술 진보는 선박 운항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선박들이 종이해도와 뱃사람의 경험에만 의지하여 망망대해를 항해하였지만, 이제는 육상에 위치한 관제센터로부터 실시간으로 각종 해양안전정보를 제공받아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로를 선택할 수 있는 e-내비게이션(e-Navigation) 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헤럴드DB]

e-내비게이션은 선박운항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시스템으로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한 차세대 해양안전종합관리체계이다. 선박의 복잡한 아날로그 항해ㆍ통신장비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디지털 장비로 통합하여 표준화하고 육상에는 실시간으로 맞춤형 해양안전정보를 선박에 제공할 수 있는 종합서비스 플랫폼과 육ㆍ해상 간 디지털 통신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한다. 국제해사기구는 오는 2019년까지 e-내비게이션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마련을 완료할 예정이다.

e-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도입되면, 그간에는 단순 휴대폰 사용조차 어려웠던 선박ㆍ육상 간 해상통신 체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 해상무선통신체계를 통하여 선박에 대한 실시간 전자해도 서비스 제공 및 해양안전 정보의 상시 교환도 가능해진다. 또한 선박상태 모니터링 서비스와 선박 간 충돌 등 위험상황을 자동으로 예측하여 항해사에게 전달함으로써 전체 선박사고의 82%에 달하는 인적과실로 인한 해양사고를 저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안전을 중시하다 보면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e-내비게이션은 선박의 효율적 운항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자가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을 활용, 목적지에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길을 찾듯이 e-내비게이션 서비스는 기상ㆍ교통상황 등을 분석하여 최적의 항로를 선택하여 항해사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운항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선박 연료유를 절약할 수 있게 되어 선박으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는 e-내비게이션 본격 도입에 대비하여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130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서는 국제해사기구에서 권고하는 해상 디지털 통신망과 함께 세계 최초로 연안에서 100km 해상까지 서비스가 가능한 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LTE-Maritime)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e-내비게이션 도입이 의무화될 예정인 국제항해 선박은 물론 우리나라 해양 사고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어선, 연안 소형선박과 같은 사고에 취약한 비국제항해 선박에 대한 실시간 전자해도 서비스 제공 등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특화된 기술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e-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2020년부터 향후 10년 간 선박용 장비를 비롯해 통신 인프라ㆍ서비스 플랫폼 조성 등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약 12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선박의 항해ㆍ통신장비와 항만운영 플랫폼에 결합시켜 해양분야 4차 산업혁명의 초석을 마련하는 한편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선박 운송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선박에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상 항로를 제공함으로써 물류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의 국제 브랜드화를 위한 단계도 충실히 밟아가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유럽, 북미, 아시아ㆍ태평양 등 세계 3대 지역의 e-내비게이션 국제 콘퍼런스 조정위원회와 IMO-국제수로기구(IHO) 간 표준화그룹의 의장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우리나라 주도로 창설된 ‘아·태 지역 e-내비게이션 국제 콘퍼런스’ 제1차 회의를 개최하였으며,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역내 e-내비게이션 도입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5월 31일 열린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형 신산업과 4차 산업혁명 등 일자리 창출의 모범 답안을 바다에서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이 바다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선두주자로서 그 모범 답안이 되어줄 것임을 굳게 믿는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을 통하여 우리가 꿈꾸는 더욱 안전한 바다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해양 신산업 육성을 통해 ‘글로벌 해양강국’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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