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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알쓸신잡’ 인기 뒤엔 ①, ②, ③,④비법이 있다
① 최고 출연자 섭외 맛깔난 얘기 술술~
② 5명 각자가 자연스러운 캐릭터 형성
③ 이질적인 것들 모아서 새로움 창출
④ 말랑말랑한 포장으로 친근함 더해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시청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알쓸신잡’은 새로울 수는 있지만 시청률은 장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1회 시청률이 5.4%로 시작해 5.7→ 6.4→ 6.6→ 6.6→6.7%(닐슨 코리아)로 거의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알쓸신잡’의 토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것들도 많다. 유시민이 “내 것이 어디있니. 다 책에서 본 거지”라고 말한다. 게다가 지식배틀형 토크는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주목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이유와 비결을 살펴보자.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시청률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진제공=tvN]

우선 출연자들을 잘 섭외했다. 유시민, 김영하, 정재승 같은 출연자들이 없다면 ‘맛’을 내기 힘들다. 이들이 평상시 방송에서 하는 말들을 보면, 매우 쉽게 말하면서 임팩트가 있음을 알게 된다.

두번째 이유는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잡학박사 4명과 유희열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정재승은 ‘귀여운 곰돌이’다. 아내가 많이 먹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전한 정재승은 어떤 말을 해도 정재승만의 독특함이 있다. 어려운 말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멍때리기 대회를 말하며 창의력은 몰입이 아니라 산책이나 샤워 등 완전히 비목적적인 사고를 할때, 몰입했다가 이완할때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영하는 화두를 던지고 화제를 잘 이어가며 명언으로 마무리 한다. 황교익은 맛 칼럼리스트 외에도 문학과 역사에도 조예가 있다.

유시민은 박학다식과 촌철살인이다. 하지만 본인의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따뜻함이 묻어있다.

유시민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사안속에서 문제를 제기해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한다. 경주 방문에서 들려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번의 국란에 모두 참가한 최진립 장군의 죽음과 두 명의 노비, 이 노비들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최진립 후손 이야기는 조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뿐만 아니라 주색잡기에 놀아난 것처럼 알려진 의자왕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백마강 유람선에서 지금도 흘러나오는 낙화암 관련 안내방송, “(정절을 지킨 삼천궁녀 스토리를 말한 후)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의 시대착오적인 여성관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유시민은 강릉 오죽헌 안내판을 보면서 “신사임당의 생애를 제대로 알 수 없다”라고 말하는 등 전국 각지 유적지 안내판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세번째 이유는 정재승 박사가 이미 ‘알쓸신잡’에서 이야기 한 것이다. 이질적인 것들(사람)을 한 곳에 모아놓은 데서 새로움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수다가 서로 연결되고, 때로는 부딪치면서 새로운 영감과 통찰이 나올 수도 있다.

네번째 비결은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물을 말랑말랑한 포장지로 잘 쌌다는 점이다. 이 점은 두번째 이유로 제시한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캐릭터 형성과도 연관돼 있다.

잡학박사 4명의 토크는 예능에서 리스크가 있는 모양새다. 지식배틀이 될 소지가 많은 이들의 토크는 자칫 가르치려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재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CG를 포함한 나영석 사단의 인간미 있는 편집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유희열이 큰 역할을 한다. 유희열은 ‘알쓸신잡’에서 맡은 역할은 스스로 ‘바보’라고 말한다. 잡학박사 4명이 줄 수 있는 딱딱함을 방지하고 이들을 보좌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다. ‘알쓸신잡’은 이같은 인기 비결들이 잘 물려 돌아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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