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장강의 물결’ 2, 3연
환경운동가 조안나 메이시(88)가 30대 중후반 무렵, 인도 북쪽에서 티베트 난민들과 협동조합 일을 할 때였다.

난민 공동체를 운영하는 라마교 승려와 회의하던 중, 그녀가 마시려던 차 담은 잔에 파리가 빠졌다.

그냥 ‘차 한잔 버렸네’라는 생각에 살짝 찌푸렸다. 상황을 파악한 승려가 미소 지으며 찻잔에 손가락을 넣어 조심스럽게 파리를 건져낸 뒤 밖으로 나갔다. 잠시후 돌아온 승려는 조안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걱정마세요. 파리는 이제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라고.

이 한 마디에 메이시는 요즘 말로 확 깬다. 그녀는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의 기준이 나 자신이었지만, 그 승려의 기준은 파리에 있었다”면서 그 이후 타자(他者)에겐 문제적 영향이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삶의 자세로 바뀌었음을 고백했다. 소소한 일화가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 듯,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하네.’ 한국-중국 정상이 ‘변화’를 주제로 덕담한 송-명 대의 시구로 요즘 장안의 화제다.

그러나 안이든 밖이든, 정치의 변화는 쉽지 않다. 여전히 국회는 상식 밖 싸움질이고, 한중 외교 경색으로 입은 몇몇 분야의 양측 상처는 깊어지고 있다.

한국말, 중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이 시의 2연은 ‘뒷 물결의 좋은 시절 또한 얼마나 갈 것인가, 그 또한 순식간에 앞 물결이 될 게 아닌가’라며 경계하고, 3연은 ‘앞 물결이 스러지지 않고 바다로 돌아가면, 꺼지지 않고 되살아나 다시 뒷 물결 되리’라고 경고한다.

다시 밀려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하고, 조안나 메이시처럼 변화에 걸맞는 즉각적 실천을 해야 함을 일깨운다.

문제된 장관후보자 처결이나 반대 정파의 금도를 넘는 발목잡기, 중국의 몽니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뒷 물결‘은 ’앞 물결‘과는 달라야 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