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라이프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미지 관리용 아닌 ‘진정성’ 필요
수련회에 간 한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집단 구타당했다. 사실 이런 일이 뉴스에 보도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않다. 그런데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신문과 뉴스에 며칠 동안 계속 그 사실이 보도되었다. 그렇게 된 것은 그 네 명의 가해아동들 중 한 명이 재벌그룹 총수의 손자였고 한 명이 연예인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보도는 일파만파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연예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배우 윤손하였다. 그런데 그녀의 경솔한 대처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사안의 중대함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SNS를 통해 자식의 잘못을 감싸는 글을 올렸던 것이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장난’이라는 표현까지 들어있는 그녀의 글은 일시에 대중의 공분을 온전히 그녀에게 집중되게 만들었다. 윤손하가 마침 출연 중인 드라마 KBS <최고의 한방>에서 하차하라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공분이 워낙 커서 재벌그룹 총수의 손자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묻혀버렸다. 물론 윤손하 관련 기사의 댓글들에는 똑같이 재벌그룹 총수에 대한 만만찮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이 사건이 흥미롭게 다가온 건 최근 업계에서 키워드의 하나가 되고 있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를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기업이 오너의 도덕적인 문제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윤손하는 물론 기업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기업 정도의 덩치를 가진 스타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재벌급 스타들이 사생활 논란으로 한 순간에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나, 재벌들이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면서 발생하는 기업의 ‘오너 리스크’나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최근 오너 리스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도드라져 보인다. 국내에 1천여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거느린 굴지의 치킨 기업의 60대 오너가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보도가 나가고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고, 한 피자 프랜차이즈의 회장은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갑질이 논란이 되어 회장직에 물러나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엄청난 리스크를 안게 되었던 조현아 사건은 오너 리스크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이런 오너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사건들이 부쩍 많이 보이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그런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있지만,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어도 잘 드러나지 않던 사건들이 지금은 더 이상 숨겨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 한 몫 할 것이다. 이런 점은 연예계의 사생활 논란이 과거보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것과 같은 이유다. 과거에는 이런 사생활 문제들이 어떻게 흘러나온다고 해도 보도 매체들이 대체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매체는 물론이고 개인들까지 거의 1인 미디어화되어 있어 통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기업의 차원에서는 오너리스크가 연예인들에게는 사생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해진 이유다.

이렇게 달라진 환경 속에서는 과거처럼 실체를 숨기고 좋은 이미지만을 내보내는 ‘이미지 관리’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스타든 단지 이미지가 아닌 ‘진짜’가 필요해졌다. 기업들이 이른바 ‘진성 리더십’ 혹은 ‘리더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연예인들도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으로 ‘진정성’을 강조하게 된 건 이런 변화 때문이다. 가짜가 결코 관리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