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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알바’ 내몰리는 대학생들…“더 뒤쳐진단 위기감”
[헤럴드경제=윤서형 인턴기자]지방에서 상경해 서울 사립대를 다니고 있는 권 모(23) 씨는 벌써 다음 학기 살 곳을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에 기숙사가 있지만 수용인원이 적어 1년 밖에 사용할 수 없는데 이미 신입생 일 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그는 친구 두 명과 모여 셰어하우스 입주를 시도했지만 학교 근처에 매물이 없어 이 역시도 일찌감치 포기한지 오래다.

권 씨는 대학생활 4년 동안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다. 그는 “서울의 높은 월세를 감당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공부나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뺏겨 뒤처지는 것 같다”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사진 출처=다큐멘터리 ‘천에 오십 반지하’]

이는 하위 소득 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의 집세는 중산층의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벅차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다방’이 조사한 결과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평균 4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대학생들 평균 알바소득은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분석한 자료(2016년)에 따르면 67만원선에 그친다. 서울 지역 대학생들은 평균 알바비에 절반을 넘는 금액을 월세로 지출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주거지 관리비와 각종 생활비가 추가돼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할애해야만 한다. 여기에 만일 본인이 한 학기에 300만 원을 웃도는 등록금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학업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른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기숙사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학 알리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서울에서 기숙사 시설을 가지고 있는 대학교들은 많게는 20%, 적게는 10%에 못 미치는 학생밖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숙사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ㆍ도 단체와 학교가 나섰지만 학교 주변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대학교 근처에서 원룸이나 하숙을 꾸리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지역경제가 초토화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성북구와 고려대, 한양대는 주민들의 반대로 기숙사 증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

부동산으로 내몰린 대학생들은 전세를 꿈꾸지만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원체 높은 서울 전세금이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세품귀현상마저 지속돼 대학생들은 월세 집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생 1인 가구 약 72.3%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형태로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의 집을 물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낮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월세가 비교적 저렴한 곳은 주로 협소한 공간, 반지하, 좋지 않은 치안 등의 단점이 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2015년 대학생의 70.3%가 최저주거기준인 14㎡미만인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학생들은 조사에서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화재안전과 치안에 대한 걱정 역시 쏟아냈다. 한 남자 학생은 “4층에 거주하고 있는데 불이 나면 빠른 탈출 방법이 없다”며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비상출구 표시등도 없어 전기가 끊기면 나가는 길도 모를 듯하다”고 우려했다. 또 한 여학생은 “1층에 도어락이 있는데 배달아저씨까지 누구나 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고, 가끔은 열려있어서 무섭다”라고 치안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서울 대학생 평균 월세 [자료=다방]

대학생들은 서울에서의 주거난이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월세를 위해 알바를 하면서 공부할 시간뿐 아니라 동아리, 봉사활동 등 자기개발의 시간을 뺏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취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불만이다. 이들은 주거비에 부담이 없는 학생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빈곤하며 저축을 할 수도 없어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기숙사 수용인원 5만 명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인근 주민들과의 합의뿐만 아니라 재정적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다. 지역사회의 님비현상을 막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과 민간 부문에서의 재정적 지원 유치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해 취업준비생의 수가 사상 최대인 70만을 육박한 지금. 대학생들은 취업전쟁에만 올인하고 싶다. 집 구하기 전쟁까지 동시에 치르기는 피하고만 싶은 심정이다. 

shy002120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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